구조주의 언어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소쉬르의 삶은 그의 천재성만큼이나 독특했다. 박사학위 논문을 제외하면 생전에 한 권의 책도 펴내지 않았고, 특히 1891년에 여러 대학의 교수직 제의를 사양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거의 은자(隱者)처럼 살았다.
고향의 제네바 대학에서 산스크리트어, 비교문법 강의(1891~1907)와 일반언어학 강의(1907~1911)를 맡아 했는데, 저 유명한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개념이 1911년 6월 30일, 7월 4일의 마지막 두 강의에서 처음으로 설명되었을 정도로(그는 1913년에 돌아갔다.) 그의 일반언어학 이론은 삶의 마지막 시기에서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만큼 소쉬르의 언어학 이론은 엄격한 전체성 속에서 정밀하게 전개되었던 것인데, 소쉬르 사후 강의 노트를 근거로 제자들이 펴낸 책이 바로 『일반언어학 강의』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풍부한 언어학 지식은 아직까지도 현대 언어학 연구에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다. 랑그와 빠롤을 구분한 것이라든가 언어를 기호 체계로 간주한 것 등 많은 기본 개념들을 확신을 가지고 처음으로 규정한 점에서 현대 언어학의 고전, 20세기 언어학 최고의 명저로 꼽힌다.
이 책이 발간된 후 인문과학의 어떠한 분야도 소쉬르의 영향을 받지 않은 분야가 없다고 할 만큼 소쉬르의 연구는 현대 인문과학의 경이로운 발전을 이룩한 토대의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