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후’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파괴의 본성과 역행하는 민주주의를 돌려세울 방법은 무엇인가?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선출 직후부터 왕으로 군림하고,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는 과격한 선동가이자 극우 인사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묻는다. “민주주의는 과연 완벽한 정치제도인가?”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외친다. “싸그리 망해버려라.” 파괴의 감정이 일상적으로 자라나는 오늘날, 그 근원을 캐묻고 다시 역사로 귀환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엄기호가 신작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를 들고 돌아왔다.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적어도 안전만큼은 지켜지길 바랐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 이후 이 모든 것이 무너졌다. 최근 들어서는 부패의 고리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들이 터지고 있다. “이게 나라인가”라는 탄식이 쏟아졌고, 국가는 세월호 사건에서 배우기는커녕 그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것에 대한 망각을 강요하고 있다. 저자 엄기호는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강남역 살인사건, 구의역 사고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이 사회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분석한다. 단순히 한 사회의 문제로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근대사회가 꿈꿔왔던 합리적·주체적 개인이라는 관념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한다.
내 옆에 선 이들의 ‘얼굴’을 보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기를 주저하는 사이 ‘리셋’의 정념이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혐오’의 감정이 관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민주주의가 무너진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동료 시민들과 함께 붙잡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와 세상, 나와 타인과의 관계 재정립 문제부터 현안에 대한 관점의 문제까지, 이 책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폭넓게 살핀다. 독자들은 ‘혐오’와 ‘리셋’의 정념을 넘어서기 위한 방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Author
엄기호
사회학자. 『단속사회』,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등을 썼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태어나 가난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과학자가 되는 것 말고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과에서 문과로 ‘개종’한 후 사회학과에 들어가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유학을 준비하다가 “떠나라”는 명령을 듣고 한동안 국제단체에서 일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때 자본의 전 지구화에 의해 소외받은 이들의 고통을 목격하며 이를 인권의 언어로 증언하는 일에 몰두했다.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말을 듣고 기록하고 나누며 사회를 구축하는 역량에 대한 방법론으로서의 페다고지에 관심이 많다.
사회학자. 『단속사회』,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등을 썼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태어나 가난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과학자가 되는 것 말고 다른 꿈을 꿔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과에서 문과로 ‘개종’한 후 사회학과에 들어가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유학을 준비하다가 “떠나라”는 명령을 듣고 한동안 국제단체에서 일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때 자본의 전 지구화에 의해 소외받은 이들의 고통을 목격하며 이를 인권의 언어로 증언하는 일에 몰두했다.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말을 듣고 기록하고 나누며 사회를 구축하는 역량에 대한 방법론으로서의 페다고지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