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철학에서 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넘쳐나던 거대담론의 기획들은 지금 어디쯤에 있는가. 2010년대 한국사회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현실에서 어떤 이론적 입장을 세우고 있는가. 특히 지난 40여년에 걸쳐 논의되어온 민족문학론과 동아시아론의 현재는 어떠한가.
최원식 정년기념논총 『민족문학론에서 동아시아론까지』는 민족문학론과 동아시아론이라는, 수많은 담론이나 기획과의 경쟁 속에서 그 존재감과 영향력을 유지해온 이 두가지 담론의 존재의의를 재확인하며 오늘의 현실에서 다시금 실천적 논의를 제기해보려는 기획이다. 민족문학론은 20세기 후반 한반도의 반민주적 권위주의에 맞서, 동아시아론은 냉전 이후 동아시아의 우경화에 맞서 단지 지역 현안의 난맥을 풀고자 하는 의도를 넘어 동시대 세계 전반의 보편적 문제의식에까지 도달하고자 한 구체적인 ‘중형담론’이다. 최원식을 비롯한 열다섯명의 연구자들은 이 담론들이 새로운 맥락과 내용을 얻고 당대적 적합성을 지닌 논의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부단한 이론적 갱신을 시도해왔고 이를 한권의 책으로 엮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