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설이란 무엇인가
루카치, 싸르트르, 바흐찐, 로뜨만, 들뢰즈, 랑시에르, 리비스, 마이클 벨 등
소설담론의 주역들을 꼼꼼하게 다시 읽는다
이 책은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속기획(2013~14년)으로 게재된 원고를 수정, 보완하고, 새로 집필한 원고들을 더해 묶은 것이다. 수록된 글들은 저마다 문학이론, 미학, 문화론까지 포괄하는 넓은 외연을 보이지만 ‘소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삼아, 외국 이론가들의 논의를 촘촘하게 다시 읽으며 소설의 역량과 지평을 가늠해보고 있다. 이같은 기획은 한국문학의 담론장에서 몇년간 주요한 논쟁 중 하나였던 ‘근대문학 종언론’과 그 속에 함축된 근대 장편소설의 역량이 소진되었다는 주장에 응해, 소설의 가능성을 짚어내고 확장한 이론적 노력들을 차분히 살펴봄으로써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종언론’은 ‘문학과 정치’ 논의로 돌연 옮아갔는데, 무엇보다 이 책의 글들은 이처럼 하나의 논쟁이 다른 논쟁으로 옮아갈 때 생기는 단절과 망각을 고찰하려는 의지가 더 크다 하겠다.
단절과 망각은 논쟁은 잇따르나 담론장은 자기 역사를 구축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만들고, 이는 외국 이론을 들여오고 참조하는 적절한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할 필요를 더 절감하게 한다. 이러한 고민과 실천의 하나로서, 각 필자들은 저마다 담론의 현재성에 연루된 긴장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지속하면서, 앞선 담론과 논쟁이 남긴 실마리와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며 오늘의 비평이 맞닥뜨린 질문을 진지하게 풀어가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외국 담론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는 한편으로, 한국문학의 담론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로 쓰인 이 책은 소설의 주요 이론들 및 미학의 쟁점들을 짚어보고, 나아가 한국문학의 주요 논의들의 좌표를 그려보는 데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