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제13회 창비신인평론상으로 문단에 나온 이래, 성실하고도 올곧은 비평활동으로 한국 시평단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알뜰히 일궈온 평론가 김종훈의 첫 평론집. 이번 평론집은 등단작 「장자(長子)의 그림, 처남(妻男)들의 연주」를 비롯해 그간 서정의 전통과 미래를 가로지르며 매진해온 비평적 탐험의 결실을 한데 묶었다.
저자는 총 3부로 나눈 이번 평론집 중 제1부에서 2000년대 한국시의 지형을 큰 틀에서 조망하며 그 세세한 맥락을 차근히 톺아본다. 제2부의 글에서 김종훈은 개별 시인들의 시세계에 더 바짝 다가선다. 제3부는 개별 시인들의 시세계를 파고드는 글들이다. 저자가 3부에서 꾸린 정진규 고형렬 김영승 유홍준 송승환 장이지 이근화 하재연 등의 목록은 “어떠한 시선에도 견디는” 여러 경향의 “시들을 마주하”(‘책머리에’)겠다는 그의 비평가적 각오를 환기한다. 짧은 글에서도 빛을 발하는 빈틈없는 분석과 군더더기 없는 짜임에서는 그 각오를 뒷받침하는 건강한 소화력이 느껴진다.
김종훈의 비평은 사려 깊다. 시의 행간을 손끝으로 따라 읽는 그의 행보는 조심스럽고 신중하기 그지없다. 노동과 전위, 서정과 탈서정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그의 비평은 굽이마다 중요한 국면들을 맞이했던 2000년대 한국 시평단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비평가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다만 독자에게 시의 목소리에 함께 귀 기울여볼 것을 청하는 그의 비평 방식은, 시를 ‘실패’와 ‘헤맴’의 기록으로 아는 그의 겸손한 문학관도 상통한다. 그의 비평 작업 덕분에 우리는 새롭게 도래할 ‘미래의 서정’을 독해할 또 하나의 믿음직한 나침반을 얻었다.
Contents
책머리에
제1부
시와 삶과 노동시의 재인식―2000년대 노동시
정치적인 말의 모습과 조건―2000년대 ‘시와 정치’ 논의에 부쳐
탈서정 생존기―2000년대 ‘탈서정’시
그들이 사는 세상, 그들이 쓰는 시―2000년대 서정시
갈라진 자아와 부서진 시간―2000년대 시에 담긴 불안의 모습
‘우리’의 분화―2000년대 시의 ‘우리’ 모습
비평의 회귀와 지양―2000년대 시 비평
제2부
문학이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
조지훈, 김수영, 움직이는 의미들
시에서 삶으로, 삶에서 시로―진이정ㆍ김영승의 시
장자(長子)의 그림, 처남들의 연주―문태준ㆍ황병승의 시
카멜레온의 시들―강정ㆍ이병률ㆍ조연호의 시
미래의 서정에게―김성규ㆍ서효인의 시
디스토피아를 떠나서―최승자의 시
주춤, 주춤 늙어가는 모호한 성장기―황병승의 시
제3부
‘몸’ 만들기 도전기―정진규 『몸詩』이후
시간의 골상학―고형렬의 시
베어진 나무의 자세―김영승의 시
쉼표의 미학―유홍준의 시
가지런히 놓여 있는 척추의 시들―송승환의 시
작은 혁명의 밤―장이지의 시
쉬지 않고 천천히―이근화의 시
일요일의 관계들―하재연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