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파시즘의 형성 과정에서 유일하게 밑에서부터 만들어졌고 서민적인 성격으로 가장 많은 회원을 가진 조직이었며 민중이 전쟁에 개입한 전형적인 사례인 국방 부인회를 탐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쟁 속의 여성은 가족을 전장에 보내고, 혹은 전쟁의 피해자로서 눈물을 흘리는 대상으로 그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 속 국방부인회의 여성들은 군대위문, 환송, 환영 등 각종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가부장적 질서가 지배하는 가정을 벗어나 자유공간에서 해방감을 느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전쟁이 본격화되자 하얀 갓포기는 방공 연습에도 노력봉사에도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이제 노동복인 몸뻬가 갓포기를 대신했다. 갓포기의 효용이 떨어지는 만큼 국방부인회의 활동도 시대의 흐름에서 뒤처져만 갔고 여성은 몸뻬를 입고 가족의 생계와 전쟁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했다. 한편으로 국가는 부덕婦德을 강조하면서 여성에게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종용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국방부인회에 대한 국가의 태도 변화를 통해, 태평양 전쟁 시기 일본의 파시즘 국가가 국민을 어떠한 방식으로 동원하고, 배치하는지, 그리고 국민은 어떠한 방식으로 융합하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