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정 연구에서 혁명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감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동안 감정은 이성 및 의지와 대립되는 육체적이고 주관적인 것, 공적/학문적 영역에서 다루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왔다. 하지만 얼마 전 한국에서도 마사 누스바움의 『감정의 격동』이 번역되었고, 여러 학문 분야에서 감정에 대한 연구 성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감정사회학, 감정사 등 분과학문 이름 앞에 ‘감정’이라는 말을 붙이는 경우도 많아졌다. 왜 사회과학자들과 인문학자들은 최근에 와서야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는가? 감정이란 대체 무엇인가? 감정은 인간과 사회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이해를 가져다줄 수 있는가?
이러한 가운데, 역사학 분야에서 감정과 역사의 관계를 다루는 주목할 만한 저작이 출간되었다. 미국 듀크 대학의 역사학 및 인류학 교수로 재직 중인 윌리엄 레디는 이 책 『감정의 항해』에서 감정이 ‘생각’과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류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진행되어온 최근의 감정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뒤, 감정사를 연구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 틀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에 입각하여, ‘감상주의’가 수백 배, 수천 배 증폭되었던 프랑스혁명 시기를 풍부한 역사적 사료를 활용하여 흥미롭게 분석한다.
이 책을 옮긴 서양사학자 김학이 교수는, 감정에 대한 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할 뿐 아니라 서양의 자유 개념, 문화적 상대주의의 문제, 감정의 역사화의 가능성 등 첨예한 이슈들을 돌파해나가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의 감정 연구가 본격적인 학문적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문적인 관심을 떠나서라도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재미있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Contents
서언 5
제1부 감정이란 무엇인가
제1장 인지 심리학의 답변
1. 감정과 인지
2. 감정, 목표, 심리 통제
3. 결론
제2장 인류학의 답변
1. 구성주의적 접근
2. 심리문화적 접근
3. 여타의 접근들
4. 감정의 보편적 특징
제3장 이모티브
1. 번역
2. 화행과 이모티브
3. 결론
제4장 감정의 자유
1. 인류학과 감정의 자유
2. 목표와 감정
3. 감정과 정치체제
제2부 역사 속의 감정: 1700~1850년의 프랑스
제5장 감상주의의 만개 1700~1789
1. 절대주의 군주정의 명예 코드와 감정 피난처
2. 감상주의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
3. 감성의 과잉과 이모티브 이론
4. 다가오는 위기
제6장 프랑스혁명과 감상주의 1789~1815
1. 감상주의라는 연결고리
2. 혁명 초기
3. 공포정치
4. 감상주의의 삭제 1794~1814
5. 이모티브와 감상주의
제7장 자유로운 이성과 낭만적인 열정 1815~1848
1. 자유주의와 감정
2. 문학과 예술의 새로운 경향
3. 조르주 상드의 감상주의
4. 결론
제8장 민사소송 속의 감정
1. 사료와 방법
2. 네 개의 소송
3. 패턴
4. 감상주의의 흔적들
5. 결론
제9장 결론
부록
A. 『법원소식』 샘플 속의 이질적인 소송들
B. 베르사유 민사법원 샘플 속의 이질적인 소송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