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랭보와 함께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시를 대표하는 말라르메, 그의 시론과 언어 미학의 결정이나 다름없는 『시집Poesie』. 랭보의 시와 대척점에서 프랑스 상징주의의 한 축을 대표하는 말라르메는, 보들레르의 영향 아래 시작 활동을 시작하였으나, 존재와 언어의 순수성에 대한 고행에 가까운 집념으로 암시적이고 음악적인 순수 부정의 시법을 구상하여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였다.
그는 현실 세계의 우연성과 존재의 부조리에 대항하여 필연적인 질서를 지닌 언어의 세계를 구축하려 했다. 이를 위해 현실 언어에서 우연과 감정이란 요소를 부정하고 대신 재창조된 시의 언어를 투명하고 순결하게 갈고 닦고자 했으며, 이는 그의 “단 한 권밖에 없다고 확신하는, 우주의 진리 그 자체인 책”에 대한 구상으로 이어졌다. 그 오랜 노력의 흔적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극한적 경계를 지향하고 있다. 지적 유추, 상징과 은유로 점철된 그 내용의 난해성에도 불구하고 『시집』은 말과 무의식, 수학적 계산과 자발성, 논리와 암시, 우연과 필연의 관계를 성찰한 측면에서 시 영역의 가장 수준 높은 기록이자 형식적으로 가장 완벽한 책의 형태로 평가받는다.
이번 시집에는 이미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목신의 오후』 『에로디아드』를 비롯해 총 49편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말라르메가 사십여 년에 가까운 세월 속에 쓰고 다듬어 발표한 것들로 우리 독자들이 처음 접하는 시들을 상당 수록하고 있다. 『시집』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에서 산출되는 효과를” 그리려 했던 말라르메의 고뇌에 찬 인생의 산물이다. 독자들은, “공기 진동에 의한 말의 소멸”과 함께 사라진 구체적인 사물들의 자리를 대신한 새로운 시어가 전하는 음악적 행복감을 말라르메의 시들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Contents
옮긴이 해설: 말라르메의 언어와 시
인사
불운
顯現
시답잖은 청원서
벌받는 어릿광대
창
꽃들
새봄
고뇌
[쓰라린 휴식이 지겨워……]
종치는 수사
여름날의 슬픔
창공
바다의 미풍
탄식
적선
獻詩
에로디아드
목신의 오후
[머리칼 極에 이른 한 불꽃의 비상……]
성녀
葬送의 건배
산문
부채
다른 부채
앨범 한쪽
벨기에의 친구들을 회상함
속된 노래
쪽지
소곡 Ⅰ
소곡 Ⅱ
소네트 몇 편
[어둠이 숙명적인 법칙으로……]
[순결하고, 강인하고, 아름다운……]
[의기양양하게 피한……]
[제 순결한 손톱들이 그들 줄마노를……]
에드거 포의 무덤
샤를 보들레르의 무덤
무덤
예찬
예찬
[항해하려는 유일한 열망에……]
소네트 3부작
Ⅰ [모든 긍지가 저녁 연기를 피운다……]
Ⅱ [둔부와 도약에서 솟아올라……]
Ⅲ [레이스가 한 겹 사라진다……]
[시간의 향유에 절여든 어느 비단이……]
[당신의 이야기 속에 내가 등장한다면……]
[짓누르는 구름에게……]
[내 낡은 책들이 파포스의 이름 위에……]
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