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 철학자인 찰스 테일러가 영국 에든버러 대학에서 진행한 기퍼드 강연을 묶은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 재고찰 William James Revisited’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1세기 전 하버드대 교수였던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같은 곳에서 강의한 내용을 묶은 기퍼드 강연집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의 종교철학적 가정과 주요 개념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는 책으로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 이론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찰스 테일러는 자아의 공공선의 개념과 이의 사회적·문화적·역사적 차원을 강조하고, 자아의 자율성과 자유, 권리 등의 개념을 탈(脫)맥락적으로 우선시하는 원자론적 자유주의 입장을 선명히 비판한다. 때문에 테일러는 명실상부하게 공동체주의자로 분류된다. 이러한 공동체주의와 문화적·언어적 전망에 기초하여 찰스 테일러는 일차적으로 제임스의 종교관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하고, 근대가 시작된 후 종교에 대한 이해의 패턴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통찰한다. 나아가 종교의 세속화가 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한 역사학적·종교사회학적 쟁점을 검토하고, 현대 세속사회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발한다.
현대사회의 종교적 삶은 제임스가 가정하는 개인주의적·감성주의적 종교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테일러는 역사적·종교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이처럼 개인의 감성주의적 종교 경험의 중요성과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지평의 논리는 공리주의적·본성 표현주의적 근대 철학의 전망 체계에서 비롯되었음을 통찰한다. 그리고 제임스의 종교 이해로 대표되는 근대 세속주의 종교관, 즉 원자화되고 탈맥락화된 종교관이 사회 공동체적 맥락과 다시 접합되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 이론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 책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해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마이클 월저와 함께 공동체주의 4대 이론가로 꼽히는 테일러는 이 책에서 빼어난 통찰력과 해박한 지식으로 현대 세속 사회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를 낱낱이 밝혀준다. 이를 위해 그는 개신교를 비롯해 가톨릭교, 이슬람교, 힌두교와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탐색한다. 또한 헤겔, 베버, 존 로크, 비트겐슈타인, 카를 포퍼 같은 철학자들, 보들레르, 알브레히트 뒤러 같은 예술가들의 심오한 사상을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낸다. 북대서양과 남아메리카의 종교 전통, 신앙과 불가지론, 성사와 생활양식, 주술화된 세계에서 후기 뉴턴 과학과 일치한다고 간주되는 우주로의 전환 등 장소와 주제의 제약을 뛰어넘어 한 세기 전 위대한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보여준 통찰력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 이 책은 이처럼 종교와 신념, 윤리의 문제에 대한 수준 높은 한 권의 에세이로서, 윌리엄 제임스의 사상을 좀 더 깊이 파악하고 싶은 독자뿐 아니라 종교의 다양성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해소해줄 수준 높은 저작이다.
Contents
들어가는 말
1장 제임스 :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2장 ‘거듭나다’
3장 현대 종교
4장 제임스의 이론은 옳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