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설헌은 전라남도 나주시 금천면 구릉지대의 약 사천 평(일만삼천 제곱미터) 대지에 수백 종의 자생 꽃과 토종 나무, 과실수와 화초 등이 우거져 있는 보기 드문 개인 정원이다. 이 원림(園林)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서구식 또는 일본식 정원과는 달리, 철저하게 자연의 섭리를 따라 조성한 토종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잔디를 까는 대신 키 작은 야생화들이 스스로 피어나도록 하고, 가지치기 등 인위적인 수형(樹形)의 변형을 추구하지 않고 자랄 수 있는 주변 환경만을 조성해 주는 등 최소한의 관리를 통해 한국식 정원을 구현하고 있다.
정원 주인은 화가 박태후(朴太候) 선생으로, 호남 원예고등학교에서 과수·채소·화훼 등에 관해 배우고 산야를 돌아다니며 각종 종자를 채취해 심고 가꾼 것이 사십여 년의 세월이 축적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 책 『죽설헌 원림』은 그동안 꽃과 나무를 가꿔 온 이야기, 대숲이나 연못의 조성에 관한 경험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죽설헌의 삶 등에 관해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두었던 것을 모은 것으로, 저자의 한국식 정원관이 담겨 있는 에세이집이자, 우리 자생 식물 가꾸기에 관한 작은 도감이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침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Contents
봄, 꽃의 노래
아직은 이른 봄, 봄을 알리는 봄까치꽃 / 눈 속에서도 파란 싹을 밀어 올리는 수선화 / 춘곤증을 쫓아내는 봄나물 / 앙증맞은 꽃이 자아내는 그윽한 향, 삼지닥나무 / 거침없이 피어나는 강한 생명력, 민들레 / 봄꽃 소식의 전령, 산수유 / 군자의 품격을 지닌 매화 / 은은한 자연의 미소, 제비꽃 / 하얀 목련이 필 때면 / 자연이 퍼뜨린 보라빛, 자주괴불주머니 / 온갖 새들을 불러들이는 산벚나무 / 천상의 황홀함을 선사하는 복숭아꽃과 티 없이 맑은 배꽃 / 순백의 꽃에 은은한 향이 감도는 사과나무 / 풍성한 꽃이불, 등꽃 / 화사함과 풍성함으로 오월을 장식하는 철쭉 / 섬 아낙네의 뒷모습, 해당화 / 풍성하고 화려한 작약 / 습지의 여왕, 노랑꽃창포 / 들판의 부케, 찔레꽃 / 숨어 있는 보석, 꽃창포
여름, 초록의 향연
수생식물의 보고, 연못 / 자연 카펫, 질경이 / 이슬 젖은 입술, 앵두 / 별 모양의 꽃에 앵두 같은 열매, 포리똥 / 익기도 전에 떨어지는 물자두, 과육까지 검붉은 피자두 / 습지의 제왕, 버드나무 / 여름의 귀부인, 능소화 / 잔잔히 흐르는 음악, 비비추 / 산야의 붉은 입술, 참나리 / 학이 앉은 듯한 품격, 태산목 / 지피식물의 공주, 맥문동 / 활활 타오르는 배롱나무 / 무더운 여름에 시원함을 안겨 주는 파초 / 달빛 아래 여왕, 옥잠화 / 꽃과 잎의 비련, 상사화
가을의 풍요, 겨울의 정취
붉은 카펫, 꽃무릇 / 가을의 상징, 밤나무 / 신선한 아침 이슬, 석류 / 세월 따라 굵어지는 강인함, 모과나무 / 죽설헌의 우람한 지붕, 개호두나무 / 군더더기 없는 천년수, 은행나무 / 소박한 시골 풍취, 탱자나무 생울타리 / 나무에도 금·은·동, 금목서·은목서·동목서 / 더불어 살아가는 부착식물 / 늦가을 정원의 백미, 감나무 / 남도 최고의 정원수, 대나무 / 송이째 뚝뚝 떨어지는 야생 동백 / 열매와 꽃을 동시에 선사하는 차나무
죽설헌, 전원생활의 운치
뱀에게서 배우는 자연의 조화 / 새벽 이슬을 머금은 거미줄 / 주인에게 충직한 진돗개 죽설헌의 유일한 화분, 군자란 / 무공해 채소의 산실, 비닐하우스 / 죽설헌표 돌탑 / 전원생활에 운치를 더해 주는 벽난로 / 시골 생활의 백미, 온돌방 / 시나브로 쌓아 올린 기왓담 / 장 담그는 날 / 죽설헌에서 가장 힘든 일 / 내 정원에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 / 한국 정원의 정체성 / 자연 훔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