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크게 두 가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첫째는 매우 현실적인 것이다. 남북한 간의 통일은 더 이상 ‘원래 상태로의 복귀’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북한 두 지역의 주민이 6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서로 다른 체제 아래에서 완전히 단절된 채 지내 오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고, 따라서 통일은 현실적으로 볼 때, 대단히 이질적인 두 사회의 통합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혈연, 언어, 문화적으로 비슷하다고 해도 상이한 체제와 환경 속에서 60년 이상을 떨어져 지내 온 만큼 두 지역주민의 삶의 양식과 가치관은 커다란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두 지역이 어느 날 갑자기 합쳐 같이 살게 된다면 어떤 정치제도를 갖춰야 안정을 유지하며 조화롭게 살 수 있을까. 또 어떤 제도적 디자인이 ‘이질적인’ 두 사회의 원만한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이 책은 비교정치학 분야에서 축적된 학문적 성과를 토대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고 있다.
두 번째로 통일이 분단으로 인한 우리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내재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이승만 정부 이래 민주화되었다는 오늘날까지도 반공주의나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는 여전히 우리의 정치공간을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과의 적대적 대립은 과거에는 권위주의적 통치의 정당화 명분이었고, 지금도 종종 시민적 자유를 제약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통일을 우리 민주주의가 보다 보편적인 자유, 인권, 민주의 가치를 구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논지를 펼친다. 그리고 분단의 모순을 극복한 통일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는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Contents
책을 펴내며
제1장 무엇을 위한 통일이어야 하나
1. 분단을 전제로 한 임시 체제의 극복
2. 분단으로 인해 왜곡된 정치구조의 교정
3. 분단 극복을 통한 미래지향적 가치의 확립
4. 이질화된 사회의 결합과 통합
제2장 정치 통합 매개체로서의 정당
1. 통일과정에서 정당의 역할
2. 통일 이후 통합과 갈등 조정자로서 정당의 역할
3. 북한지역당의 출현 가능성과 통합
4. 통합을 위한 남한 정당정치의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