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하)

색실로 수놓은 역사시(歷史詩)

『중국 귀주민족 민간미술전집 자수』는 중국 귀주민족의 민간자수를 수집하여 정리와 분류 및 연구와 소개를 한 책이다. 귀주민족의 민간자수는 독특한 예술연원과 풍격을 가지고 있어 송·명(宋·明)시기 이후 중국의 주류 전통자수와는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또한 귀주민족 민간자수는 오늘날 귀주 지역의 상품자수와는 확연히 다른 사회적 기능과 문화적 의의를 갖고 있다. 일부 민간자수는 마치 살아있는 화석처럼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 초(楚)나라 자수의 예술풍격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 가운데 일부는 상·주·진·한(商·周·秦·漢)시기의 문물과 형식적으로 분명한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귀주민족의 민간자수는 그림으로 쓰인 역사서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귀주민족의 민간자수는 오색실로 수놓은 역사시(歷史詩)이자 인간의 몸을 관통하는 토템의 하나로, 귀주 지역에 거주하는 여러 민족의 역사·종교·문화를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귀주 지역 사람들은 마치 족휘(族徽)처럼 민간자수 속에 자기 민족의 자아와 신분에 대한 의의를 담아 보존시켰고, 자유로운 정신과 예술재능을 발휘했다. 동시에 귀주민족의 자수는 중국문화의 다양성과 전 세계적으로 드문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귀주 민족의 자수는 보편성과 예술성취가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정교한 작품은 주로 몇몇 민족의 집단 거주지와 대대로 중앙 통치자의 통제가 약했던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 책은 지역·예술풍격·시기에 따라 귀주민족의 민간자수를 분류하고 작품별 제작 방법과 용도, 그리고 관련 역사·종교·민속·전통을 소개했다. 더불어 자수와 구전문학·가무(歌舞)·건축·염색[蠟染]·십자수[挑花]·종이공예[剪紙]와 같은 다른 민간예술과의 영향도 깊이 연구하여 독자들에게 참고자료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