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차가 드르르릉 소리를 내며 동네를 누비던 때가 있었습니다. 차 뒤꽁무니에서 하얀 연기를 잔뜩 뿜으면 아이들은 뭐가 좋다고 그 뒤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힘 있게 밀고 들어오는 차 소리부터 동네 아이들을 부르기에 충분했고 연기에 진한 냄새까지 더해, 그야말로 방귀차 오는 날은 무료한 아이들에게 더없이 신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림책 『방귀차』 속 주인공 아이가 방귀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생김새가 달라서 늘 손가락질 당해야 하는 아이에게 방귀차의 하얀 연기는 이 모든 것을 잠시 잊게 하는 묘약입니다. 방귀차를 따르는 아이들 무리 속에 낄 수도 있고, 그래서 그때만은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는 생각마저 들기 때문이지요.
『방귀차』는 우리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이슈인 다문화 사회 문제를 다루는 그림책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며, 국제 결혼 등이 많이 일반화되었고, 다문화 가정의 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우리의 인식은 늘 제자리에서 머뭇거리는 듯 보입니다. 문화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때, 『방귀차』는 공감의 단초가 되는 귀한 그림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