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죽음에서 달아나기 위해 도망칠 때,
죽은 자들의 발자취를 쫓아 역행(逆行)하는 이들이 있다.
뱀, 어인, 문어, 개구리.
사방신의 석상 사이로 책 한 권이 놓인다.
아무것도 아니며, 동시에 모든 것이기도 한 그 책을 두고,
수많은 이들이 칼텐 후작령에 모여들어 교차한다.
불쾌함을 씻어 내고픈 탐욕가.
소녀의 자유를 원하는 부랑자.
모든 것을 잃고 증오만 남은 교주.
그저 아내와 함께하고팠던 모험가.
망자의 냄새를 쫓아 숨어든 사냥꾼.
진리를 탐닉하는 망자의 왕.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소녀까지.
“끝까지 살아남길 바라네.”
발자취의 끝에 다다랐을 때,
반겨 주는 것은 진리(眞理)인가 괴리(乖離)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