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평론집 『길 찾기, 길 만들기』로 대산문학상(평론부문)을 수상했던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10년 만에 세번째 평론집 『끝없이 열리는 문들』을 펴냈다. 민중서관, 을유문화사, 지식산업사, 한길사 등의 출판사에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편집 일을 하며 항상 문학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고, 한국작가회의 편집위원장, 문화정책위원장, 민족문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충실한 현장비평으로 정평이 난 저자는 이번 평론집 『끝없이 열리는 문들』에서 첫번째 평론집과는 다른, 뚜렷한 시각적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동안 저자의 비평이 (단순히 말해) 역사변혁 주체의 시각을 요구한 것이었다면, 이번 평론집에서는 작품 속에 세계와 맞닿아 있는 접촉점 또는 접촉면들에 좀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며 다채롭게 펼쳐지는 작품들을 그 자체의 미학으로 접근하는 쪽으로 변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복잡하고 중층적인 세계에 맞서는 정신적 모험이 고스란히 담”긴 김정환의 장시 세 편이었다. 또한 저자는 이 시들로 인해 오래 묵혀두었던 원고들을 수습하여 평론집을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끝없이 열리는 문들』은 저자가 ‘확장과 심화’의 사례를 탐색하며 자신의 비평논리를 가다듬는 10년 동안의 문학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을 담아 완성한 평론집으로, 글쓰기와 문학 전반에 걸친 쟁점을 비롯해, 시와 소설에 관한 글들이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Contents
‘파장’과 ‘순환’의 운동성
제1부 일상을 가로지르는 파상력: 김정환의 장시들
유년과 미래의 회복―'유년의 시놉시스'
거룩함이 흐르는 ‘노래 속’―'거룩한 줄넘기'
‘감각=총체’와 일상의 심화―'드러남과 드러냄'
제2부 새로운 비평을 위하여
현실의 퍼스펙티브와 새로운 서사
기억과 망각의 변증법
역사소설의 미래
진보와 문학
거미의 집짓기와 소화법―통일 과정의 소설 전략
대화의 공간들
관계의 일방성이 빚어낸 타자의 위치―한국소설 속의 미국인
비평은 다른 미래를 선택하는 실천이다―강경석과의 대담
제3부 소설 비평과 해설
김훈 소설의 새로운 빛을 찾아서
주인공의 빈자리―조정래 장편소설 '허수아비 춤'
이념형 인간의 종말과 거듭나기―조정래 장편소설 '인간 연습'
체험과 문체 사이의 거리―이문구의 문학세계
텍스트로서의 '장길산'과 미륵세상
현상 너머를 투시하는 시선―황석영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
소설, 또는 ‘의미의 완성’에 이르는 고행―윤후명 소설집 '꽃의 말을 듣다'
기억의 해방과 자유―윤흥길 장편소설 '소라단 가는 길'
풍경의 이중성―임철우 장편소설 '이별하는 골짜기'
시공간의 중첩과 편재성―오수연 소설집 '황금 지붕'
일상적 무감각과 치사량의 독성―구병모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타락한 사회와 소년의 의식―이재웅 장편소설 '그런데, 소년은 눈물을 그쳤나요'
일상의 경계를 투시하는 눈빛―김지우 소설집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
들판에 펄럭이는 깃발들―홍새라 소설집 '민들레꽃 사랑'
물질적 근원에 밀착된 삶의 언어―홍명진 장편소설 '숨비소리'
변화하는 현실과 소설의 눈―인천 작가 공동소설집 '오, 해피 데이'
존재의 결핍과 시대적 풍조에 대한 성찰―서성란 소설집 '방에 관한 기억'
제4부 시 비평과 해설
암흑시대를 관통한 두 시인의 행로―백석과 설정식을 중심으로
심층의 북소리와 언어적 공간―김초혜의 시세계
신대철 시세계의 의미론적 지평
은빛 푸른 영혼―신대철 시집 '바이칼 키스'
빛과 존재들의 향기―손필영 시집 '타이하르 촐로'
시적 주체와 일상의 중력―고운기 시집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응시와 성찰―신용목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