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의 뚜껑을 열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게 너무도 재미있는 시제들이다. '그들은 스크
럼을 짜고 행진하는 속성이 있다', '설사를 하게 하자', 부터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드
는 '입구가 숨겨져 있을수록 여자는 아름답다'에 이르기까지. 그렇다고 내용이 천박하다
고 지레짐작하면 큰 코 다친다. 거기엔 [나]의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순간이 '교전할'수
있기 때문이다.시인을 부끄럽게 만드는 현실이란 게 우리가 헛웃음을 치는 경우를 만날 때
와 같이 풍자적으로 다가가 삽만한 바늘로 그것의 정수리를 콕 찔러주는 것인가 보다.
Contents
- 자서
정동진역/ 동행/ 초향/ 커브가 아름다운 여자/ 누워있는 것을 보면 나는 올라타고 싶다/
아랫목에 관하여/ 팬티, 그 순수에 관하여/ 벽은 우리들에게 넓이와 높이를 갖게 한다/ 빨
래/ 대작/ 나의 위크 포인트/ 나의 고지식함을 알았다/ 밑에 관하여/ 누드화를 바라보며/
그의 단풍/ 우리집 트레이드 마크로는/ .......연출은 눈에 띄지 않아야 효과가 크다/ 가을
은 나의 정원을 들여다보게 한다/ 틈만 나면 나는 누군가를 노린다/......나무 밑동을 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