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심밀경소 제5 무자성상품』에서는 ‘일체법은 無自性이다.’라는 문구의 의미를 세 종류 무자성에 의거하여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삼무성설三無性設은 일반적으로 대승불교의 공空 사상에 대한 유가행파의 새로운 해석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원측을 비롯한 중국 법상학자들은 이 학설에 대해 ‘유와 무를 총괄해서 공이라 설하였기 때문에 공의 밀의를 완전하게 드러냈다.’고 평한다. 이러한 평가의 저변에는 유가행파의 단순명료한 철학적 신조가 깔려 있다. 만약 전도顚倒되지 않은 지성이라면, 있는 것은 ‘있다’고 알고, 없는 것은 ‘없다’고 안다. 이처럼 진여라는 궁극적 실재, 타他에 의지해서 생기하는 연생법緣生法, 그리고 본래 빈이름에 불과한 집착된 상들에 대해 ‘공’이라 진술할 때 그 말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 경에서는 이를 순서대로 승의무성勝義無性 · 생무성生無性 · 상무성相無性으로 공식화하였다. 이에 관한 원측의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공’의 관념에 대한 유가행파의 중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에 따르면, 연생緣生의 공함을 아는 것만으로는 공의 밀의를 통달할 수 없고, 오직 대승의 경론에서만 밝혔던 공의 특수한 의미, 즉 변계소집의 무無(상무성)를 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연기적 세계의 진실한 본성(승의무성)에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