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은 과학기술의 기원과 동학(dynamics),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추구하는 학제적 분야이다. 과학기술학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생겨났지만,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과학기술을 포함하는 사회 문제와 대중 논쟁, 정책적 쟁점들이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과학기술학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다. 지난 40여 년에 걸친 이러한 학문적 발전은 이 분야의 흐름을 개관하고 핵심적인 이론적?방법론적 접근들을 평가하며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쟁점들을 소개하기 위한 포괄적 시도를 낳았고, 이는 네 차례에 걸친 ‘편람(handbook)’의 발간으로 이어졌는데, 이번에 번역된 것은 에드워드 J. 해킷 등이 엮은 제3판이다. (Edward J. Hackett, Olga Amsterdamska, Michael Lynch, and Judy Wajcman (eds.), Handbook of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3rd ed., The MIT Press, 2007)
이 책은 오늘날 과학기술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대응과 해결 방안 모색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함의를 갖는 과학기술학의 최신 지식과 연구 동향을 총정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풍부한 참고문헌과 질문들을 제시함으로써 앞으로의 연구 주제나 방향에 대한 길잡이로도 손색이 없다.
현재 한국에서 과학기술학 분야는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미 관련 학회와 학술지가 존재하며, 연구와 실천 활동에 있어서도 일정하게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연구자의 수가 많지는 않으며 한국의 상황을 다룬 독자적 연구 성과도 풍부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수많은 인접 학문 분야나 실천 영역들이 과학기술의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학의 문제의식이나 개념틀이 이들 분야에 널리 보급되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최근 과학기술학의 성과들이 국내에 충실히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 국내에는 1990년대 후반 이후 두세 권 가량의 과학기술학 교과서류가 번역, 출간되었으나 대체로 1990년대 초?중반 이전의 연구 성과들만을 담고 있는데다 분량도 소략해 인접 분야 연구자들의 참고자료나 과학기술학에 입문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교재로 쓰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번역 출간은 과학기술학 분야의 연구자, 이 분야에 입문하려는 학부생, 대학원생, 과학기술 문제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거나 과학기술학에 관심이 있는 인접 분야 연구자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이 책은 이제 원숙기에 접어들어 학문적 존중과 제도적 안정을 얻으면서 다양한 과학 관련 활동 영역이나 과학정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과학기술학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38개의 장들을 크게 5개 부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는데, 그 주제가 매우 광범위하게 걸쳐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저자들의 면면도 과학기술학의 ‘Who’s Who’를 연상케 할 만큼 매우 화려하다. 먼저 ‘아이디어와 시각’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1부에서는 과학기술학의 분석틀을 제공하는 여러 이론적 조류들-행위자 연결망 이론(ANT), 사회 세계(social worlds) 학파, 페미니스트 과학학, 기술결정론 비판, 탈식민주의-을 전반적으로 개관하고 각각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는 여러 편의 논문들로 이뤄져 있다. 이어 ‘실천, 사람들, 장소’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과학기술학의 전통적 주제인 실험실 연구, 시각화, 과학적 훈련, 젠더 등의 문제들이 다루어진다.
제1판과 2판에 비해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고 할 수 있는 3부 ‘정치와 대중들’에서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대중들’과 과학기술학이 정책 결정에 제공할 수 있는 함의에 대해 다룬다. 시민참여, 사회 운동, 환자 집단과 보건 운동, 사용자-기술 관계, 공학윤리, 과학 거버넌스, 전문성 등 모든 장의 주제들이 매우 중요하면서도 오늘날의 과학기술에 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4부 ‘제도와 경제학’은 제목 그대로 과학 주변의 여러 제도들과 과학의 경제적 측면을 다루는데, 군사기술, 법정에서의 과학, 제3세계 같은 전통적 주제들과 함께 과학의 상업화, 제약산업 같은 새로운 주제들도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5부 ‘새로 출현한 테크노사이언스’는 1990년대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과학 분야들에서 나타난 쟁점들을 정리하고 있다. 역시 의료기술, 환경, 정보기술 같은 고전적 주제들과 함께 유전체학, 생명공학, 금융, 나노기술처럼 최근 들어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주제들이 망라되어 있다. 제1권과 2권은 2019년 12월에 출간되었으며, 이번에 나머지 3, 4, 5권이 나왔다.
Contents
4부 제도와 경제학-올가 암스테르담스카
26. 과학의 상업화와 STS의 대응-필립 미로스키, 에스더-미리엄 센트
27. 과학의 조직적 맥락: 대학과 산업체 간 경계와 관계-제니퍼 크루아상, 로렐 스미스-도어
28. 과학기술과 군대: 우선순위, 관심사, 가능성-브라이언 래퍼트, 브라이언 발머, 존 스톤
29. 약에 딱 맞는 환자: 의약품 회로와 질환의 체계화-앤드류 라코프
30. 질서를 만들다: 활동 중인 법과 과학-실라 재서노프
31. 지식과 발전-수전 코젠스, 소냐 가체어, 김경섭, 곤잘로 오도네즈, 아누피트 수프니타드나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