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에서는 국내외 사찰과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불교 기록 유산에 대한 조사와 번역을 위해 2011년 여름부터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ABC) 사업’을 추진하였고, 이듬해인 2012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첫 번째 조사지는 담양 용흥사였다. 2011년 여름에 용흥사에 주석하고 있던 백운白雲 스님으로부터 응송應松 박영희朴暎熙(1893~1990) 소장 불교 문헌의 조사를 허락받아 조사하게 되었다. 7월 11일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여 8월 20일까지 매일 평균 4~5명이 용흥사에 거주하며 조사와 촬영을 하였다.
1응송 스님이 소장했던 문헌은 대부분 해남 대흥사와 관련 있는 것이었다. 대흥사는 조선 후기에 참선과 강학이 가장 활발했던 사찰 중의 하나로서, 1788년에 정조로부터 ‘표충사表忠祠’라는 사액을 받아 춘추제례가 행해졌고, 19세기 초에는 청허 휴정淸虛休靜(1520~1604)의 법맥을 이어 온 열두 명의 종사宗師와 강사講師를 내세움으로써 선禪과 교敎의 정통성이 대흥사에 있음을 천명하였으며, 초의 의순草衣意恂(1786~1866)과 범해 각안梵海覺岸(1820~1896) 등 걸출한 선사와 강사들이 배출된 곳이다.
2 그런데 1950년대의 불교정화운동 시기에 대흥사 불교 고문헌들이 대거 유출되어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대흥사에 있던 불교 고문헌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 하였다. 마침 2011년 불교학술원에서 응송 스님 소장 불교 고문헌을 조사하면서 대흥사 고문헌에 대한 실체가 부분적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백운 스님은 일제강점기 때 대흥사 주지를 오랫동안 역임했던 응송 스님 소장의 대흥사 불교 고문헌을 물려받아 보관하였고, 도난이나 유출을 우려하여 그동안 공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누습과 충식으로 인해 문헌들이 손상되고 있어서 더 이상 개인이 관리하기 힘든 상황에서 동국대 조사팀에 조사를 허락하고 보관 및 관리의 방도를 찾게 되었다. 백운 스님이 물려받은 응송 스님 소장 불교 문헌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초의 의순이 소장하고 있다가 범해 각안과 원응 계정圓應戒正 등을 거쳐 응송 스님에게 전해진 서적이고, 두 번째는 조선시대에 간행되거나 필사된 불교 고서이며, 세 번째는 표충사 관문서를 비롯하여 대흥사에서 소장하고 있던 각종 사지寺誌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