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보다 140년 뒤에 씌어진 『삼국유사』는 단순한 역사기록에 그치지 않습니다. 『삼국사기』의 기전체 역사서술이 빠뜨릴 수밖에 없었던 신화, 설화, 전설, 시가를 담아냄으로써 우리 고대사의 층위는 한결 두터워질 수 있었습니다.
『삼국유사』가 없는 우리 고대사는 시원의 신화와 시조의 “신이(神異)” 없는 황량한 고대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유사(遺事)’는 ‘사기(史記)’로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우리 정신과 문화의 깊은 곳을 드러낼 수 있었으며, 『삼국유사』는 지리, 문학, 종교, 미술, 민속 등 우리 정신과 문화의 보고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남선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중에서 하나를 택하여야 될 경우를 가정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다”라고 했을 것입니다.
『삼국유사』의 이러한 근원적인 성격은 그만큼 복합적이고 총제적인 이해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국유사』 주역서들이 이미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독해를 위한 단순한 정보 차원의 주석에 만족하지 않으며, 『삼국유사』를 교양서로 국한하지 않는 새로운 접근의 『삼국유사』 주역본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