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수그러들면서 최근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근대 담론이 활발이 전개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서구의 논의로 좇아가고자 하는 황급한 행보였다면, 근대 담론은 아직 서구적인 의미의 근대에 미달한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조심스런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논의는 모두 서구가 앞장서서 완수한 근대를 따라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는 서구로 가는 길 위에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모두가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같은 서구 중심의 역사관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느라 한국, 일본 등 비서구사회가 자기 역사의 경험을 비하하고 과거 유산을 왜곡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저자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중세 보기'라는 처방전을 제시한다. 서양 중심의 역사관에 의해 문화적 정체성마저 거세당할 위기에 있는 동양, 비서구 사회의 이상을 찾기 위한 발판을 중세 겸험으로부터 끌어오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저자는 서양을 받아들이기 바로 전으로 돌아가 한국과 일본의 중세인 조선 후기와 에도시대를 중심으로 소설 형성과정과 사회 전반의 문화적 흐름 등 문화사적인 접근을 통해, 보편화된 서양 중심의 역사관 해체를 위한 근거를 찾는다.
Contents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들어가는 말
1. '근대'라는 신화, '소설'이라는 미신
'소설'이란 무엇인가
신화로서의 '근대'
근대, 예술, 그리고 소설의 죽음
2. 중세를 살며 중세와 맞서기
양국의 '중세'를 이해하기 위한 시대 개념 재고 - 민족주의, 국학 그리고 근세
양국의 중세 지배 수단 - 붓과 칼
양국 중세문화의 기본적 특징 - 붓으로 그린 대와 칼로 그린 국화
3. 중세의 문화적 전복 대 상업화의 양상
명분과 흥미 - 영웅소설과 호색물
판소리계 소설의 개방성과 조닌 소설의 고립성
중세 내부의 중세 비판과 시야의 확대
4. 서구 문화의 수용과 오늘 - 이상 추구의 의지회복을 위한 감상적 스케치
쓰보우치 쇼요와 김동인
오늘 여기, 한국과 일본의 생활과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