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사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여주인공 '춘향'은 매우 이율배반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한때는 봉건적 신분제에 저항하는 투사로서, 한때는 지고지순한 사랑에 몸을 던지는 청순 가련형의 여자로서, 한때는 목숨 걸고 정절을 지키는 봉건제 열녀로서. 우리 문화사가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동안 춘향은 이렇듯 여러 모습으로 대중물 여주인공의 이미지와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원형이 되어 왔다.
그런데 과연 이 '춘향'이라는 원형은 한국 여성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구성해온 이미지일까. 원형 형상화 과정에 개입한 여성 외부의 거대담론은 없었을까. 우리가 사랑한 여주인공들은 한국의 식민지 경험, 근대화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생산된 하나의 기호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비판적 물음을 토대로 이 책은 근대 대중물의 여주인공들이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되었고, 어떤 의미 들을 유포시켰는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Contents
1. 춘향. 그녀는 꿈인가 질곡인가
귀신. 기생. 열녀 - 춘향의 스펙트럼
리바이벌된 근대 "춘향전"의 초점
근대 대중물의 여주인공들과 춘향
2. 근대 여주인공들의 좌표
정절 이데올로기
돈이냐 사랑이냐 - 삼각관계의 문제
민족 알레고리. 팔려가는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