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화두를 주고받는 방송과 시청자의 유쾌한 캐치볼
이 시대의 방송 프로그램을 말하는 시민의 비평 40편을 만나다
동시대의 사회상을 적확하게 반영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게 된다. 2016년 한 해 동안 방송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제19회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 수상작들 역시 시대적 흐름과 시청자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한 방송 프로그램에 여지없이 열렬한 호응을 보낸다.
최우수작인 「응답할 수 없는 유토피아 2016」은 가족 드라마라는 틀로 tvN [응답하라 1988]을 분석한다. 이 비평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의 이상인 가족 공동체를 그리는 [응답하라 1988]의 가치를 평가하며 미디어의 욕망은 현재의 부재와 결핍을 은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드라마가 그리는 이상향은 지금 여기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도 없는 곳, 즉 유토피아라고 일컬어진다.
올해 수상작에서 가장 많이 다룬 프로그램은 JTBC [청춘시대]와 tvN [디어 마이 프렌즈]이다. 두 프로그램은 시대적 화두인 성별 간·세대 간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시민 비평가들은 이들 프로그램과 함께 시대적 현안을 마주하고 대안을 고민한다. 우수작인 「‘셰어’, 고통과 희망의 경제학」은 [청춘시대]에서 고립된 개인주의를 뛰어넘는 공감의 힘을 발견한다. 가작인 「노인을 위한 나라의 가능성과 쓸쓸한 한계」는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나타나는 노년의 삶에 대한 존중에 주목하며 현실의 노인 문제를 응시하고 그 해법을 구하고자 한다.
또한, ‘혼밥’, ‘혼술’ 등 신조어의 등장으로도 알 수 있듯이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세태를 반영하는 MBC [나 혼자 산다], tvN [집밥 백선생] 등을 다룬 비평도 눈에 띈다. 이 비평들은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한편, 그 성공의 이면에 가려진 프로그램의 한계도 함께 지적한다.
이처럼 방송은 다각도로 시대를 반영하고 시청자들은 그러한 방송의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한다. 그리고 좀 더 희망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에서 방송이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촉구한다. 입선작인 「TV 속 ‘여신’들의 감추어진 모습」에서는 방송 전반에서 젠더 의식을 개선할 필요성을 논의하며 사회 갈등 해소에 앞장서는 방송의 역할을 기대한다. 또 다른 입선작인 「외계인에서 능력자로」에서는 다양성이 상실되어가는 사회에서 개성을 인정하고 취향을 존중하는 MBC [능력자들]의 태도에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다양한 40편의 비평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꼽자면 방송 프로그램에 가하는 날카로운 일침의 바탕에는 방송에 대한 애정과 그것이 가진 저력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민 비평가들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방송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에 기꺼이 동참한다. 방송과 시청자가 서로 소통하며 향상을 꾀하는 이러한 과정은 그 자체로 방송문화 발전의 소중한 지표이자 결실이라 할 만하다.
Contents
발간사 / 심사평
최우수작
응답할 수 없는 유토피아 2016│윤나리
tvN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본 가족 드라마의 신화
우수작
희망의 가치는 무한하다│손정은
MBC [무한도전] “무한상사”
‘셰어’, 고통과 희망의 경제학│김은하
포섭된, 신화에 대한 도전│김자양
나약한 언니들의 [언프리티 랩스타]와 강인한 소녀들의 [프로듀스 101]
가족의 커뮤니티화│권지혜
JTBC [청춘시대], 정상 가족을 탈피한 청춘 연대
가작
탐사 보도의 성장통, 진실을 찾아가는 롤플레잉│안소현
SBS [그것이 알고싶다]
혁신도 반복되면 진부하다│한승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본 TV 매체와 1인 방송 융합의 한계
소녀들의 헝거게임,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김다예
[프로듀스 101]
‘시선의 조정’을 통한 역사 읽기 실험│임한솔
[역사저널 그날]로 본 역사 교양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선
노인을 위한 나라의 가능성과 쓸쓸한 한계│김현순
[디어 마이 프렌즈]의 세계
젊은이를 위한 노인의 드라마, tvN [디어 마이 프렌즈]│이상호
당신은 지금 누구와 ‘공감’하고 있습니까│이준목
공감에 목마른 시대, 소통과 자존을 이야기하는 ‘현실 밀착형’ 드라마
불온한 아랑의 후예들, 사회를 교란시키다│오현화
균열된 틈 사이로 삐져나오는 불편한 진실들
노인을 위한 TV는 있다│김유미
KBS 1TV [내 친구는 일곱 살], tvN [할매네 로봇]을 통해 본 노령화 가족
[구르미 그린 달빛] 대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그 승패의 드라마사적 명암│이정희
입선
황사는 봄에 분다│박재영
JTBC 금토 드라마 [청춘시대]가 전한 날숨의 이야기
쇼, 끝은 있는 거야│이주하
불편한 힙합을 노래하는,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5]
다시, 그녀들의 ‘벨 에포크’로│오천석
JTBC 드라마 [청춘시대]
아름다운 시절(벨 에포크)의 역설│정진호
JTBC 드라마 [청춘시대] 속 청춘
친애하는 주름들에게│허민선
tvN 10주년 특별 기획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고 떠나게 된 10개의 길 위에서
TV 속 ‘여신’들의 감추어진 모습│이나은
한국 방송의 젠더 의식 개선을 위한 제언
우리가 혼자 살아간다│임초이
MBC [나 혼자 산다]
선생님이 집밥을?!│김찬영
tvN [집밥 백선생]
‘허기’를 채우는 두 가지 방법│김아란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허기와 환상적 방송
가면 한 장의 무게│김성준
[복면가왕]이 감춤으로써 드러내는 것들
외계인에서 능력자로│남정모
MBC [능력자들]
초심 잃은 [문제적 남자]│서하솜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토크쇼의 이름으로 ‘헤쳐모여’│이희수
토크쇼를 표방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에 관하여
덕후, ‘화성인’에서 ‘능력자’되다│김보경
MBC [능력자들]을 통해 본 ‘덕후’
안중근 의사의 자취를 따라가다│강혜윤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 “하얼빈을 가다”
지역 방송은 꺼져야 하는가│정완식
TBC [고택음악회]를 통한 지역 방송의 역할 모색
‘난세: 각축의 장’으로의 초대│이규성
여섯 용들의 험난한 난세 극복기, SBS 드라마 팩션 사극 [육룡이 나르샤]
불편한 ‘슈퍼맨’│임혁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본 한국 미디어의 가족 이데올로기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사회적 트렌드와
이를 조명하는 미디어의 역할│허석준
MBC [나 혼자 산다]에 대한 시청자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