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보상절』은 수양대군(세조)이 세종의 명에 따라 어머니인 소헌왕후를 추천追薦하기 위하여 『석가보釋迦譜』와 『석가씨보釋迦氏譜』를 기본으로 『아미타경』, 『법화경』, 『약사경』 등 여러 대승경전에서 내용을 발췌·번역하여 편찬한 석가모니의 일대기이다. 전체 24권으로 초간본은 권6,9, 13, 19, 20, 21, 23, 24 등 여덟 권이 전해지고, 중간본은 권3, 11 등 두 권이 전한다.
이 책은 초간본 중 하나인 권20을 역주한 것이다. 『석보상절』은 『용비어천가』와 함께 세종 29년(1447)에 간행된 책으로 간경도감 언해본보다도 먼저 간행된 번역 문헌이다. 15세기 정음 문헌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번역에 의역이 많고 문체가 자연스러워 중세국어 연구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문헌 중 하나이다. 또한 『석보상절』은 『월인석보』, 간경도감 언해본과 더불어 우리말 번역의 초기 양상은 물론 조선 초기 불교학의 역량을 알 수 있는 문헌이어서 국문학과 불교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석보상절』, 『월인석보』, 간경도감 언해본의 역주 작업은 국어학계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15세기 불전 언해 자료에 대한 국어학적 연구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고 자부할 수 있다. 국어학계에서 진행된 역주서들은 중세국어에 입문하는 많은 국어학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역주자들이 국어학도인 관계로 당연히 설명되어야 할 불교학적 내용이 빠져 있고, 더러는 잘못 설명되는 경우도 있으며, 무엇보다 역주서마다 불교학적 설명의 수준이 서로 다르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에서는 중세국어 불전 언해서의 불교학적 해석을 좀 더 정확하게 하여 기존의 역주서를 보완하는 작업을 계획하여 진행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은 중세국어 언해 불전의 불교학적 해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석보상절』의 역주 작업을 시작하였고 이 책도 그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중세국어 불전 언해서의 역주서 간행이 가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이루어진 국어학적 바탕 위에 불교학적 관점과 해석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세국어 언해서의 바탕이 되고 있는 한문 불경을 기반으로 하는 동아시아 불교에 대한 전체적인 해석이 필요하지만, 운용의 어려움 때문에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에서는 『석보상절』 해당 권차의 내용을 전공한 불교학도와 중세국어를 전공한 국어학도가 공동으로 현대역과 주석 작업을 하도록 계획하여 역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