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랑이 있었다. 신이 허락한, 충만하고 신뢰로 가득했던, 깨질 듯 소중했던. 어느 날 아내는 열정에 휩쓸려 젊은 화가의 피사체가 되었고, 그 날 이후 남편은 자주 여행을 떠났다. 실수였다고, 남편과 아내 모두 알고 있지만, 돌이킬 수 없음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적당한 거리 이상 다가설 수 없는, 미움도 사랑도 아닌, 그런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
결혼 13년째인 나아마는 어느 날 아침 난데없는 현실에 부딪힌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성지순례 가이드였던 남편 우디가 몸의 마비증상을 호소하며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우디 앞에서 '아내' 나아마는 결혼생활의 위기를 돌파하려고 몸부림치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총체적 상실감과 불안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이 가정에 쉽사리 평안을 선사하지 않는다. 주인공 나아마가 삶에 대한 근본적 두려움과 이제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낙관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는 동안 이야기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8년 전 저쪽에 놓인 한 사건에 대한 나아마의 죄의식, 달콤했던 과거 한때를 곱씹으면서도 관계 복원보다는 서로 상처 입히고 상처 받기에 안성맞춤으로 작용하는 남편과 아내의 자의식, 이미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진 부부 사이에서 한 가닥 희망 혹은 장애물로 작용하는 딸 노가의 정서적 혼란... 작가 살레브는 복잡 다단하게 뻗어가는 이야기의 그물망을 완벽하게 장악해낸다.
제목 그대로 허물어져가는 현대 결혼 제도에 편입돼 '남편'과 '아내'로 산다는 것의 온갖 의미를 농축시켜놓은 소설이다. 독특한 스토리와 정밀한 묘사, 거기에 작가 특유의 종교적 통찰이 어우러지며 출간되자마자 이스라엘 베스트셀러 목록을 점령, 무려 16주 동안이나 1위에 랭크되면서 '21세기의 서막을 장식하는 러브스토리' 라는 찬사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