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옹성철의 깨달음과 수행

한국 근현대불교사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퇴옹성철(1912～1993). 이제까지 성철에 대한 연구는 보조지눌의 돈오점수와 비교된 성철의 돈오돈수론에 대해 국한되어 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한국불교의 선사상을 대변해 온 보조지눌의 사상과 수행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송광사와 성철이 이끄는 해인총림이 불교계에서 지니는 위상 등이 얽혀 있는 한국불교의 지형도 속에서, 보조지눌의 돈오점수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성철이 내세운 돈오돈수론은 가히 폭탄선언이었고 돈점론 역사에 가장 선명한 논쟁적 이정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다층적으로 성철의 돈오돈수론 및 불교관을 살펴볼 때 성철 불교는 근현대사의 맥락에서 새롭게 읽힐 수 있다. 이 책의 제1부는 성철의 불교관과 돈오돈수론을 이러한 맥락에서 다루고 있다.
박진영과 윤원철은 성철의 돈오돈수론을 선불교윤리라는 윤리학적 측면과 문화비평적 측면에서 논하였으며, 김종명 교수는 성철에 관한 거의 모든 자료를 망라하여 역사적 컨텍스트 속에서 문헌분석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김영욱은 성철이 ‘간화선의 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간화선사로서의 성철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음을 지적하고, 이제까지 소홀했었던 성철의 '본지풍광' 분석을 통해 간화선 선사로서의 성철의 면모를 드러내고 선종사의 큰 틀에서 조망하고 있다. 박해당은 성철이 내세운 법맥론을 자세한 논거를 들어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성철이 내세운 돈오돈수론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선종사 맥락에서 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