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책 전문 출판사 효림에서는 불교신행연구원 김현준 원장이 번역한 『유마경』을 신간으로 발행하였다. 이 신간 『유마경』은 406년에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역漢譯한 『유마힐소설경』을 저본으로 삼아 한글로 번역한 책이다.
유마경의 갖춘 이름인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은 ‘유마힐이 설한 경전’이라는 뜻이며, 이 유마힐을 줄여서 ‘유마’라고 칭한다. 주인공 유마는 당시 부처님의 측근에 있던 출가 비구가 아니라 아내와 자식들이 있는 재가 거사로, 계율이 형식화되어 굳어가는 기성 교단과 비구들을 향하여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를 던지는 극적인 장면과 신통 등이 희곡적인 가치를 높여 주고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제7관중생품에서 문수보살은 유마거사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보살은 중생을 어떻게 봅니까?”
“마술사가 만든 꼭두각시를 보듯이 중생을 봅니다. 한낮의 아지랑이?메아리?뜬구름과 같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되돌아보는 꿈과 같이 중생을 봅니다.”
모든 것에 실체가 있다는 관념을 타파하라는 것이다.
마침 이때, 방 안에 있던 한 천녀가 꽃을 뿌린다. 그런데 보살의 옷에 떨어진 꽃잎은 미끄러져 얼른 땅 위에 떨어지지만, 성문 제자들의 옷에 닿은 꽃잎은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꽃잎을 떨어뜨리려고 허둥대는 사리불을 보고 천녀는 쏘아댄다.
“사리불 존자여, 부처님의 높은 제자 중의 한 사람이라는 분별심과 아집이 남아 있는 한에는 그 꽃잎이 옷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측근에서 아만에 차 있던 제자들을 비판하는 예리한 한 마디다. 제정신을 차린 사리불이 분별심을 버리자 그의 옷에 붙어있던 꽃잎이 땅 위에 떨어졌다.
그야말로 보수주의적 색채가 농후하던 교단에 진보적인 새바람을 일으킨 인물이 바이샬리의 거부巨富 유마거사였다.
Contents
제1 불국품 - 부처님의 정토 … 9
1) 법회에 모인 대중 · 9
2) 보적과 5백 장자의 아들 · 15
3) 보적의 찬탄 게송 · 16
4) 불국토 청정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