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옛 그림으로 본 서울』에 이어 2021년 『옛 그림으로 본 제주』,
그리고 마침내 『옛 그림으로 본 조선』(전3권)의 출간!
독자들이 길을 만들어준, 독자들로 인해 이어온 ‘옛 그림으로 본’ 연작 노정의 마침표
책을 읽는 이들이 줄어든다는 2020년대 대한민국 책 생태계가 보여준 또다른 장면!
2020년 『옛 그림으로 본 서울』, 2021년 『옛 그림으로 본 제주』에 이어 『옛 그림으로 본 조선』(전3권)이 동시 출간되었다. 조선 시대 그려진 옛 그림들을 통해 그림은 물론 그 시대와 역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온 미술사학자 최열의 30년 노정의 결실이 이로써 마침표를 찍었다. 이 책의 출간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국내 최초로 조선 실경을 총망라했다는 것, 그것이 단 한 사람의 저자가 이루어낸 성취라는 것, 약 30여 년에 걸친 노정의 총집성이라는 것, 이번에 펴낸 세 권의 책에 실린 그림만 약 1천 점에 육박한다는 것 등등 얼핏 떠올릴 수 있는 것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의 출간의 의미로 가장 앞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출간이 온전히 독자들의 성원의 결과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결코 아니다.
2020년 초 이제 막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가 대한민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했다. 그때 미술사학자 최열은 서울을 그린 옛 그림에 관한 책의 출간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약 25여 년에 걸쳐 쌓아온, 서울에 관한 옛 그림을 총집성한 것으로 기존에 익숙한 그림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 거의 공개되지 않던 그림들을 담은 책이었다. 대중인문서를 지향하되 그림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커다란 판형은 물론 인쇄와 종이까지 신경 쓴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책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실험이자 도전인 책의 출간은 여러모로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다. 여기에 더해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전염병의 확산은 이 책의 앞날을 더더욱 장담할 수 없게 했다. 책의 출간은 그러한 불안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출간 이후 뜻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출간 직후 많은 언론사들이 이 책의 의미와 가치에 주목했다. 그 의미와 가치에 독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직접 책을 만난 독자들의 상찬이 이어졌다. 그런 상찬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쇄를 거듭하는 데까지 이어지더니 어느덧 이 책은 독자들 사이에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이에 힘을 입어 저자는 이듬해인 2021년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 지역을 그린 그림들을 총집성한 『옛 그림으로 본 제주』를 출간했고, 이번에도 독자들의 호응은 이어졌다. 이는 한순간의 바람으로 그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과 불안이 이어지던 몇 년 내내 이 책을 향한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이 줄곧 이어졌다.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이들 사이에 미술사학자 최열의 이름이 갖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대중적인 인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펴낸 곳은 그때만 해도 이제 막 8권의 책을 펴낸, 2년 남짓된 신생 1인 출판사였다. 그런 저자와 출판사에서 선뜻 감당하기 버거운 제작비와 공력을 들여 만든 이 책을 향한 독자들의 성원은 책은 물론 출판사가 견고하게 자리를 잡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후로도 이 두 권의 책은 꾸준히 쇄를 거듭하며 독자들 사이에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 성원은 곧 저자와 출판사로 하여금 새로운 걸음을 이어갈 수 있는 근본적인 동력이 되었다. 독자들의 성원에 답하기 위해 쇄를 거듭할 때마다 새롭게 발견한 그림들을 보태고 관련 글을 더해 펴냈다. 이로써 명실상부 서울과 제주를 그린 거의 모든 그림이라는 부제에 충실한 책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책 출간 이후 다양한 자리에서 저자를 만난 독자들의 일관된 질문이 이어졌다. “내가 사는 지역에 관한 그림은 언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독자들의 질문은 저자와 편집자에게는 책임감으로 다가왔으며, 그 책임감이 현실로 구현될 수 있을 만큼 독자들의 성원은 다시 이어졌다. 요약하자면, 이번에 출간한 『옛 그림으로 본 조선』(전3권)은 지난 4년여 동안 두 권의 책을 꾸준히 찾아준 독자들이 건넨 질문에 대한 미술사학자 최열의 답이며, 이 답을 가능케 한 것은 다름아닌 독자들의 성원이다. 독자들이 만들어준 길 위에서 함께 걷던 저자가 다시 답을 건넨 결과물이라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출간이 갖는 가장 큰 의미이자 가치다.
2020년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책을 읽지 않는다는 한탄과 개탄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러나 책을 둘러싼 세계에는 그러한 개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이 세계에서 저자는 책을 쓰고 출판사는 책을 만들며 독자들은 이를 읽고 새로운 책을 만들 동력을 만들어낸다.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이라는 한 권의 책을 펴내는 것만으로도 불안에 떨던 그때로부터 4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책을 출간함으로써 그보다 더 큰 분량의 책을 세 권이나 동시 출간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TV를 켜면 나오는 유명 스타도 아니며, 책의 내용은 결코 쉽지 않으며 실제로 책의 무게는 매우 무겁다. 출판사 역시 결코 유명하지 않고 규모가 크지 않으며 엄청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곳은 더더욱 아니다. 오로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공력을 다름아닌 책이라는 매체에 담은 저자의 노정의 결과값에 독자들이 보내준 호응이 만들어낸 결실이 바로 이번에 동시에 세상에 나온 『옛 그림으로 본 조선』(전3권)이다. 이 책의 출간을 알리는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ontents
책을 펴내며│신성한 땅, 금강의 기운
서장 그리운 그곳, 우리 금강산
천하에 둘도 없는 금강
금강을 그리다
금강을 그린 화가들, 다녀온 인물들
01 한양을 떠나 금강을 향하여
옛사람들의 금강 가는 길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나누는 금강│조선시대 금강산 유람 경로│길 안내는 누가, 먹고 자는 건 어떻게?
옛 그림 따라 떠나는 금강 유람의 첫 순간
한양을 떠나 경기도 포천을 거쳐 강원도 피금정까지│피금정을 떠나 맥판을 거쳐 회양 땅에 이르다│아아, 드디어 단발령에 이르러 금강을 마주하다
02 내금강, 우아미의 향연
만천 구역, 내금강의 시작점
내금강의 기운이 모이다│장안사, 단발령 넘어 처음 마주하는 절집│울음소리 들리는 못, 명연담과 인정미 넘치는 삼불암│백화암을 거쳐 표훈사를 지나│천일대에서 금강을 바라보다, 양지바른 절집 정양사를 거쳐 전망 좋은 헐성루에 이르다
만폭 구역, 내금강 남북의 중간 지점
금강대를 거쳐 만폭동, 그 1만 개의 폭포로│만폭팔담의 시작, 청룡담부터 보덕굴까지│푸른 물결에 감도는 물안개 벽하담, 눈꽃 잔치 분설담, 만폭팔담의 보석 진주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