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묵유희(筆墨遊?)로 자적(自適)하면서 바라본 세상의 느낌을 기록으로 남긴 목인 전종주의 감성의 파편
저자는 유년 시절 서당에 다니며 ‘사자소학’이나 ‘추구’ 같은 고전을 외우고, 분판(粉板)에 속서(俗書)를 익혔고, 중학교 때는 사군자를 배웠으며, 고등학생 때도 글씨와 시문(詩文)을 늘 가까이 하며 살았다. 이후 벽강(碧岡) 김호(金灝, 1922~1988) 선생, 시사(詩社)의 좌장(座長)인 일청(一靑) 선생의 유지를 받들며 평생을 고전(古典) 속에서 살아왔다. 평생을 지방의 미술대학에서 서예와 문인화를 가르치면서도 단 한 번도 서울의 화려한 허울을 동경해 본 적이 없고, 소위 당대의 명가(名家)로 알려진 작가들의 모습을 선망(羨望)해 본 적은 더더욱 없이 30여 년을 산림(山林)에 은거하여 맑고 조용하게 살면서 몸과 마음에 걸림이 없는 삶을 살아오고 있다.
이 시집은 그저 놀고, 먹고 자는 일 외에 만리(萬里)를 유람하거나, 인적(人跡) 없는 세상 밖을 돌아다니다가 얻은 시어(詩語)로 압운(押韻)을 하고, 필묵유희(筆墨遊?)로 자적(自適)하면서 바라본 세상의 느낌을 기록으로 남긴 저자의 감성의 파편들이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木偶之夢(목우지몽)”으로, 자적(自適), 술회(述懷), 구도(求道)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2장은 “?舟唱晩(어주창만)”으로, 사경(寫景), 영물(詠物)을 담고 있다. 3장 “憶故人(억고인)”은 제(題), 증(贈), 만(輓)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4장 “筆墨所懷(필묵소회)”는 붓과 먹으로 마음속에 품고 있는 회포를 풀어낸 글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5장 “喝(할)”은 세태에 대한 외침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