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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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09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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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3/03/10
Pages/Weight/Size 210*290*30mm
ISBN 9791190920322
Categories 에세이
Description
365일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살다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작년 봄에는 호래기(반원니꼴뚜기)가 보였다. 본래 호래기는 겨울이 제철인데, 윤달이 끼다 보니 추위가 봄에 바싹 닿아 호래기가 잡혔다. 시장은 달력보다 자연의 때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중략) 내가 가덕 대구나 송이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나고, 호래기를 보면 어머니를 기억하며 맛있게 먹는 것처럼 그 역시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대구는 담백하고 심심한 무(無) 맛이 매력이다. 맛이 없는 것을 맛있어 하는 것이다. 입맛을 닮은 것일까? 어쩌면 맛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음식은 함께 먹은 이들, 그날 그때의 분위기를 몸으로 기억하게 한다. 누구에게나 어느 음식을 먹으면 아련히 떠오르는 어느 장면이 있을 것이다. 그 음식을 좋아하는 건 그런 추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 본문 중에서

사하촌에서 자란 신 작가는 절밥에 익숙하다. 아내 임계화 씨도 스님들과 인연이 깊다. 통도사 극락암의 감 넣은 김장김치, 윤필암 은우 스님에게 배운 깻잎조림, 고흥 금탑사 서림 스님의 비자강정, 밀양 표충사 한계암 스님들이 감기 걸렸을 때 드시던 능이죽 등 재료 본연의 맛을 알게 하는 단순한 음식들을 담는 한편, 가마터를 옮겨 다니며 오지에서 먹었던 음식이며, 참나무 깔고 가마솥에 불 떼서 만든 장안 덕, 참게 살 일일이 발라 빚은 참게완자탕 등 제철 재료로 정성을 담은 특식 이야기도 실었다.
Author
신경균
시장에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호래기를 보면 그득 담는다. 그의 두 아들은 눈볼대를 할아버지 생선이라 부르고, 아내는 크리스마스에 돌가자미를 장만한다. 이 낯선 이름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집 근처에서 흔한, 자연이 내 주는 수수한 재료다. 신경균은 고려 다완을 재현한 아버지 고(故) 신정희 선생의 가업을 이어받아 전통 방식으로 그릇을 만든다. 그는 여전히 나무 물레를 차고, 몇 날 며칠 눈이 시리도록 장작 가마를 땐다. 신 작가의 달항아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독일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됐다. 옛 도공이 하던 대로 자연에 기대 작업하며, 먹고사는 일도 주어진 흐름에 따른다. 마당에서 죽순을 기르고, 여름 빗소리 들으려고 파초를 심고, 가을 햇살 아래 능이버섯을 다듬으며 사는 부부의 잔잔한 일상이 우리를 한숨 돌리게 한다.
시장에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호래기를 보면 그득 담는다. 그의 두 아들은 눈볼대를 할아버지 생선이라 부르고, 아내는 크리스마스에 돌가자미를 장만한다. 이 낯선 이름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집 근처에서 흔한, 자연이 내 주는 수수한 재료다. 신경균은 고려 다완을 재현한 아버지 고(故) 신정희 선생의 가업을 이어받아 전통 방식으로 그릇을 만든다. 그는 여전히 나무 물레를 차고, 몇 날 며칠 눈이 시리도록 장작 가마를 땐다. 신 작가의 달항아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독일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됐다. 옛 도공이 하던 대로 자연에 기대 작업하며, 먹고사는 일도 주어진 흐름에 따른다. 마당에서 죽순을 기르고, 여름 빗소리 들으려고 파초를 심고, 가을 햇살 아래 능이버섯을 다듬으며 사는 부부의 잔잔한 일상이 우리를 한숨 돌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