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필재 김종직의 도학 다시보기

점필재(?畢齋) 김종직(金宗直)은 조선의 학계와 정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조선의 학풍이 사장학(詞章學)에서 도학(道學)으로 전환되고 정계의 주도권이 훈구파(勳舊派)에서 사림파(士林派)로 넘어갈 수 있도록 초석을 놓아준 인물이었다. 그러나 무오사화(戊午士禍)를 기점으로 하여 그에 대한 왜곡작업이 ‘출처 문제’와 함께 ‘도학인가 문장인가의 문제’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의 연구가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김종직의 도학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엮었다. 여기에 실린 논문들은 기존의 왜곡된 기록을 재검토함과 동시에 새로 발굴된 자료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연구함으로써 얻어진 결과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김종직의 시에서 본 도학사상, 조선사회에 도학을 전파하는 과정, 실천실용 지향의 학문노선, 김종직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실상, 인조반정(仁祖反正)이 김종직에게 끼친 영향, 「조의제문」의 창작 시점에 대한 오해 등에 대해 논함으로써 김종직의 도학사상을 광범위하게 조명하였다.

여태까지 김종직에 대한 연구는 문학방면에 지나치게 편중됨으로써 그에게 문장가의 이미지가 과도하게 투영된 감이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김종직의 도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들의 논문 11편을 수록함으로써 도학과 문장을 함께 갖춘 사림(士林)의 영수로서의 김종직의 참모습을 재조명하려 했다. 김종직에 대해 균형 있는 시각을 얻고자 할 때는 이 책이 큰 보탬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