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서울 시내에 남아 있는 수많은 한옥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에 걸쳐 지은 이른바 ‘도시형 한옥’이다. 1936년부터 서울 혜화동 인근에 자리 잡고 있던 작은 한옥 역시 그 무렵 서울 시내에 적극적으로 보급된 도시형 한옥 중 한 채였다. 지어진 지 약 80여 년 이래, 원형을 간직한 채 수십 년 동안 한 가족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의 터전이었던 이 집은 2017년 6월, 새로운 집주인과 새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의 당사자는 오래된 이 집을 이후의 삶의 터전으로 삼기 위해 대대적인 수선을 결심했다. 수선의 전제는 원형의 보전이었으며, 작은 한옥 한 채에 고스란히 쌓인 80여 년의 시간을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었다. 지어진 이래 거의 최초로 이루어지는 이 집의 변화는 그러나 단지 눈에 보이는 공간만의 것이 아니었다. 오래되고 낡은 한옥 한 채와의 인연은 이 집에서 살아갈 집주인의 삶의 내용 역시 변화시켰다. 즉, 눈에 보이는 공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집주인의 삶이 동시에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집주인은 이러한 변화를 개인의 기억과 경험으로 간직하는 대신, 그 출발 이전부터 수선의 시작 그리고 변화의 과정 모두를 고스란히 사진과 글을 통해 채집했고, 그 축적물을 정돈하여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보였다. 그렇게 세상에 등장한 책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는 그러나 그저 한 개인의 집 수선의 기록으로서의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다. 이 책은 개인의 기록을 넘어 오래된 것이 갖는 아름다움, 그 원형의 보전을 둘러싼 고민, 그리고 눈에 보이는 공간과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의 보이지 않는 삶이 맞물리고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 책은 하나의 공간이 그 안에 사는 사람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이로써 독자들은 한 채의 집을 지어나가는 과정은 물론 공간이 한 사람의 삶에 미치는 변화 폭의 깊이와 넓이를 매우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Contents
책을 펴내며
다시, 시작 | 변심 | 도시형 한옥 |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게지” | 중문의 존재 | 세월의 흔적 | 나란히나란히 | 반짝반짝 | 2017년 10월, 9시 44분의 방 | 개인의 삶에도 역사는 흐른다 | 이해한다는 빈말 | 우리의 쓸 것 | 지붕의 입자 | 쌓여 있는 시간이여 안녕, 새로 쌓을 시간이여 안녕 | 분기점 | 깃발 또는 호루라기 | 오래된 것의 의미 | 경계 밖 | 경계 안 | 집의 실상 | 안목은 안목, 현실은 현실 | 나는 이 집의 들보다 | 안식 | 건설 | 직선의 미 | 나무와 나무가 만나 기둥이 됩니다 | 앞으로 100년 | 흙집 | 집으로 가는 길 | 집은 아래에서 위로 짓는다 | 집도 삶도 전진 중 | 지붕의 속사정 | 나무의 할 일 | 손맛 | 사람이 짓는 집 | 손때로 짓는 집 | 기와의 색 | 잊고 있던 그 시절 | 선들의 집합 | 방방 크기의 이면 | 하루에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기 | 이것은 직선인가 직선이 아닌가 |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 천막이 걷히다 | 나의 집에 당도하다 | 붉은 떡에 마음을 담다 | 나무를 심다 |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 텅 빈 벽 | 한옥의 얼굴, 창호 | 그저 고운 집 |집이 나의 삶 속으로 들어오다 | 한우물을 파겠다는 다짐 | 문자향을 그리다 | 화장실을 위한 심사숙고 | 부엌, 뭔가 좀 다른 느낌 | 다시, 나란히나란히 | 한낮의 나의 집 | 밤이 깊었네 | 첫눈 | 대문을 이루는 것들 | 봄이 오고 있다 | 또다시, 시작
Author
이현화,황우섭
1994년부터 거의 쭉 출판편집자로 살았다. 인문교양서와 문화예술서를 주로 출간하는 여러 출판사에 다니며 관련 분야의 책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2017년 6월 오래되고 낡은 한옥 한 채와 인연이 닿아 이 집에서 출판사를 열기로 결심, 2018년 4월부터 출판사 '혜화1117' 대표가 되었다. 지금은 약 일 년 반 동안 고쳐 지은 한옥에서 책을 만들며 살고 있다. 한옥을 수선하고 출판사를 차리기까지의 과정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책 『나의 집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의 글을 썼다.
1994년부터 거의 쭉 출판편집자로 살았다. 인문교양서와 문화예술서를 주로 출간하는 여러 출판사에 다니며 관련 분야의 책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2017년 6월 오래되고 낡은 한옥 한 채와 인연이 닿아 이 집에서 출판사를 열기로 결심, 2018년 4월부터 출판사 '혜화1117' 대표가 되었다. 지금은 약 일 년 반 동안 고쳐 지은 한옥에서 책을 만들며 살고 있다. 한옥을 수선하고 출판사를 차리기까지의 과정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책 『나의 집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의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