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알코올중독이 가시화되어 있지 않은 사회다. ‘중독’이 문제시되기에는 술과 너무나 친하다. 점차 변화하고는 있지만 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교, 회식 문화, 술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는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조차도 스스로 알코올중독임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회식이나 술자리는 많이 사라졌지만 주류 구매율은 오히려 14퍼센트 증가했다. ‘혼술’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같이 마시든 혼자 마시든, 한국에서 술 좋아하는 사람은 여전히 애주가로 불린다. “나 알코올중독인가?”라는 말을 농담처럼 주고받는 사람들은 많아도 치료를 받아야 할 병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잘 없다.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의 저자 박미소도 그런 ‘애주가’ 중 하나였다. 술 많이 마시기로 유명한 업계인 언론계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폭음과 과음은 일상이었고, 육아와 일의 고된 병행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친구는 부엌에 서서 들이켜는 술 한 잔이었다. 술은 힘겨운 일상을 위로해주는 안정제이자 인생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활력소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무기력에 빠진 뒤, 음주 습관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져 일상을 잡아먹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느 날 아이를 등교시키고 아침 9시 반부터 와인 한 병을 비워버린 후, 저자는 스스로 정신과를 찾았다.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는 스스로 알코올중독임을 인정한 저자가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인 동시에, 도대체 무엇이 자신의 중독을 만들었는가를 파고든 책이다. 저자는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술을 멀리하기 위해 생활 습관을 뜯어고치는 등 안간힘을 쓰면서도 평생을 함께해온 술에 대한 사랑과 매혹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 한편으로 사회적, 생물학적, 환경적 맥락을 전방위로 넘나들며 긴 세월을 이어온 중독의 원인을 파악하려 애쓴다. 자신의 삶이 술과 맺어온 관계, 중독의 생물학과 심리학, 한국 사회의 역사적 맥락을 가로지르는 유머러스하고 속도감 있는 글쓰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알코올중독 문제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제로 가져와 보게 된다. 이런 관점은 의사 등 치료자가 쓴 책, 또는 한 발짝 물러나 제삼자의 시각에서 중독을 바라보는 사회서와는 다른 차원에서 알코올중독 문제를 조명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Contents
프롤로그 | 나쁜 사랑의 기록
1부 술꾼, 제 발로 병원에 가다
지각 있고 상식적인 알코올중독자?
넷플릭스와 배달음식과 알코올의 나날들
중독은 아니지만 ‘매일 한 캔’은 포기 못 해!
술 끊는 약의 효과
입맛을 잃은 술꾼의 비애
단주냐 절주냐
포기할 때 잃어버리는 것들
결핍과 중독 사이에서
달리기의 기쁨과 슬픔
2부 나는 왜 마시는가
왜 그렇게 마셔대냐고 물으신다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병
이렇게 얌전히 마시는 내가 중독자일 리 없어!
완벽주의자의 하나뿐인 친구
너 자신을 알라
중독의 기원을 찾아서
중독도 유전이 되나요
중독은 무엇을 바꾸어놓는가
3부 중독을 만드는 사회
고독한 부엌의 애주가들
회식하는 여자들
불안은 여성을 잠식한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올바른 금주인의 자세
취중진상
가난은 중독에 이르는 병
이게 다 소주 탓
작작 마셔, 박 기자!
알코올중독 원더랜드
에필로그 | 또 다른 여정
주
Author
박미소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2007년 한양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중앙일보시사미디어 기자로 입사했다. [월간중앙], [이코노미스트], [중앙일보]산업부에서 10년간 기자로 일했다. 이후 EBS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일평생 술꾼으로 살아오던 것이 병으로 발전되어버린 2020년 봄,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고자 제 발로 병원을 찾았다. 그 치료 과정에서 생긴 의문들, 알코올중독은 어떤 병인지, 왜 나는 술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 사회는 왜 알코올친화적인지에 관해 나누고자 책을 썼다.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2007년 한양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중앙일보시사미디어 기자로 입사했다. [월간중앙], [이코노미스트], [중앙일보]산업부에서 10년간 기자로 일했다. 이후 EBS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일평생 술꾼으로 살아오던 것이 병으로 발전되어버린 2020년 봄,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고자 제 발로 병원을 찾았다. 그 치료 과정에서 생긴 의문들, 알코올중독은 어떤 병인지, 왜 나는 술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 사회는 왜 알코올친화적인지에 관해 나누고자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