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일본 정신의 핵심에는 세상을 덧없게 여기는 ‘무상관’이 있다고들 말한다. 사회 전체를 휩쓸 정도의 커다란 상실도 결국 무상한 것이고, 인간은 찰나와도 같은 사건들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수 있다는 세계관이다. 무상관에 바탕을 둔 일본론은 오랫동안 일본에서도 일본 바깥에서도 특별히 의문에 부쳐지는 일 없이 수용되어 왔다. 이 책은 그러한 세계관이 일본적인 것을 설명하는 유일한 원리로 여겨지는 경향을 반박하고자 한다. 일본 문화의 전통 속에는 사실 체념적 관조와는 정반대인 ‘부흥’의 원리가 생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흥 문화’를 규명하기 위해 지은이는 유구한 일본 문화사의 전통을 면밀히 읽어 나간다. 7세기 『만엽집』을 필두로 하는 고중세 문학들이 영민한 젊은 비평가의 참신한 시선에 의해 ‘부흥 문화’를 싹틔운 묘판으로 되살려지고, 일본 근대 문학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등이 가졌던 부흥 문학가로서의 면모가 생생히 드러난다. 만화?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이끈 데즈카 오사무와 미야자키 하야오 또한 이 계보의 계승자이며, 이들 모두는 자기 시대의 상처를 직면하고 문화의 힘으로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시도한 부흥기의 천재들이었다.
이 책은 ‘일본’을 특권화하는 흔한 일본론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지난 부흥 문화의 맹점들을 분명히 짚고 보편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의미를 길어 올리고자 힘을 쏟는다. 고도화된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난과 상실은 점점 더 일상화되어 간다. 한국 사회 역시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고 그 상흔도 여전히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1400년 일본 부흥 문화의 계보에서 우리는 어떤 부흥과 쇄신의 자원을 발견하게 될까.
Contents
서장 역사의 웅덩이
1장 부흥기의 ‘천재’: 가키노모토노 히토마로와 그 외부
A 히토마로적인 것 / B 히토마로적인 것의 외부
2장 수도의 중력, 중력의 도시: 이야기의 존재 이유
A 수도의 중력 / B 중력의 도시
3장 멸망이 만들어 낸 문화: 중국의 경우
A 복고와 부흥 / B 유민 내셔널리즘
4장 가상 국가: 근세 사회의 초월성
A 가상 국가 / B 고스트 라이팅
5장 전후/진재 후: 일본 근대 문학의 내면과 미
A 전후- ”나”의 문학 / B 진재 후- “우리”의 문학
6장 혼이 돌아갈 곳: 전후 서브컬처의 부흥 사상
A 자연의 말소(디즈니/데즈카 오사무) / B 자연의 회귀(미야자키 하야오)
종장 무상관을 넘어
후기
옮긴이 후기: 다시 쓰는 일본 문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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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후쿠시마 료타,안지영,차은정
1981년 교토시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교에서 중국 근대 문학을 전공했고 2012년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릿쿄대학교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 메일 매거진 『파상언론』에 마이조 오타로론을 발표하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8년부터 잡지 『유리이카』에 연재한 「신화 사회학」을 바탕으로 2010년 첫 단독 저서인 『신화가 생각한다: 네트워크 사회의 문화론』을 펴냈다. 2013년 출간한 역저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는 2013년 기노쿠니야서점 인문서 30선에 선정되고 2014년 36회 산토리학예상(사상·역사 부문)을 수상하며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이후 발표한 『성가신 유산: 일본 근대 문학과 연극적 상상력』(2016)으로 2017년 야마나시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계속해서 『울트라맨과 전후 서브컬처의 풍경』(2018), 『변경의 사상: 일본과 홍콩에서 생각하다』(2018, 장위민張彧?과 공저), 『백 년의 비평: 어떻게 근대를 상속할 것인가』(2019) 등을 펴내며 활발히 저술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2019년에는 문화 예술 활동에 공헌한 개인 및 단체에 수여하는 와세다대학교 쓰보우치 쇼요 대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고전부터 현대 서브컬처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시선, 과감한 문제 설정과 논리 전개, 힘과 리듬을 겸비한 문체로 독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81년 교토시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교에서 중국 근대 문학을 전공했고 2012년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릿쿄대학교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 메일 매거진 『파상언론』에 마이조 오타로론을 발표하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8년부터 잡지 『유리이카』에 연재한 「신화 사회학」을 바탕으로 2010년 첫 단독 저서인 『신화가 생각한다: 네트워크 사회의 문화론』을 펴냈다. 2013년 출간한 역저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는 2013년 기노쿠니야서점 인문서 30선에 선정되고 2014년 36회 산토리학예상(사상·역사 부문)을 수상하며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이후 발표한 『성가신 유산: 일본 근대 문학과 연극적 상상력』(2016)으로 2017년 야마나시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계속해서 『울트라맨과 전후 서브컬처의 풍경』(2018), 『변경의 사상: 일본과 홍콩에서 생각하다』(2018, 장위민張彧?과 공저), 『백 년의 비평: 어떻게 근대를 상속할 것인가』(2019) 등을 펴내며 활발히 저술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2019년에는 문화 예술 활동에 공헌한 개인 및 단체에 수여하는 와세다대학교 쓰보우치 쇼요 대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고전부터 현대 서브컬처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시선, 과감한 문제 설정과 논리 전개, 힘과 리듬을 겸비한 문체로 독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