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는 국가, 시장과 더불어 인류사회에 ‘세 번째의 기둥(third pillar)’ 역할을 한다고 흔히 말해진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안전판과 보호막을 찾고, 더욱 강력한 정부에 의지하려 한다. 그렇지만 그런 불안과 혼란의 시기를 헤쳐나갈 때 필요한 것은, ‘리바이어던’ 같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보다는, 시민사회와 공동체의 역량 발휘를 통한 대응과 조정 역할일 것이다. 사회적·경제적 위기의 순간, 국가의 영역 확대도 중요하겠지만 동시에, 사회의 여러 단위와 수준에서 실재하는 공동체의 개입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칫 비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쉬운 국가권력을 견제할 수 있고, 시민이 전통과 규범에 억눌리지 않으면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는 ‘절망의 죽음’이라 불리는 자살이 증가하고 있고 자산의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부자는 더 부자로, 빈자는 더 빈자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경제적 약자의 고용불안과 소득감소와 같은 심각한 경제 현상과 더불어, 사회적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가족 공동체 내에서도 구성원 사이에 불화가 빚어지고 우울증을 겪는 사례가 증가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특정 인종과 종교 단체를 비롯한 사회 집단에 대한 편가르기 및 차별과 혐오 같은 사회현상이 여러 지역에서 심화되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이 우리 시대가 직면한 공동체의 위기이다.
도시와 공동체는 분과학문 연구자들이 독립영역에서만 다루기에 너무나 복합적인 일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이제까지 공동체 연구와 도시 연구는 융합되지 못했다. 공동체는 철학, 정치경제, 환경문제, 지역문제 또는 민속연구 등의 차원에서 논의되었고, 도시는 정치경제, 사회문제, 건축과 도시개발 맥락에서 각각 별도로 조명되어 왔다. 도시공동체의 현황 진단과 해결책 제시라는 과제를 융합학문적 시각에서 접근해 보고자, 몇 명의 연구자들이 모여 『미래의 도시공동체를 위한 인터싸이언스』 연구팀을 만들었다. 우리 연구진이 기획한 연구과제는 도시공동체 문제가 개별 분과의 학문적 접근법, 진단과 분석법, 방향과 대안 제시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도시공동체 구성원들이 겪는 양극화와 분열, 좌절과 분노는 어떤 한 전공 분야의 연구로 해결책을 모색하기 어렵기에 여섯 분야의 전공자들이 모인 것이다. 우리는 ‘도시공동체’의 문제를 기술하며 그 원인을 분석하고, 사회적 연대성이 회복되고 연결된 ‘열린 공동체’라는 대안과 그 구축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싶었다.
우리 융복합연구팀은 1년차에 공동체의 쇠락과 붕괴 현상, 도시공동체 안에서 목도할 수 있는 분노와 혐오의 사회병리적 증상들을 현상학적으로 기술하고자 했다. 2년차에는 그 원인인, 통합과 번영이라는 근대성의 이데올로기를 사회학적으로 분석, 비판하려 했다. 이어서 3년차에는 바람직한 미래공동체 구축을 위해서, 문화기술학적 차원의 제안을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라 우리 융복합연구팀에서 그동안 연구한 성과가 바로 이 『도시공동체 연구 총서』로서 출간된 세 권의 공저다.
2022년도의 연구 과제는 『도시 사회학적 고찰─통합과 번영의 환상』이다. 2022년 8월의 워크숍에서 연구자들은 환경위기에 대해 또 중국에서의 근대 사유에 대해 전문가의 초청 강연을 듣고 토론했다. 12월에 개최한 제2차 학술대회의 대주제는 『근대성과 도시공동체』다. 여기서 연구진은 모더니즘 건축, 도무스 복합체, 불확실성의 퇴조와 재현으로 본 모더니티, 식민지 근대도시와 시인의 초상, 기아와 비만의 영양학으로 본 도시의 두 얼굴, 공동체의 문화다양성과 억압의 양상 등을 주제로 한 논문들을 발표했다. 이 학술대회에서의 발표와 토론을 거쳐 연구자들은 두 번째 공저, 『통합과 번영의 환상─도시 사회학』을 출간하게 되었다.
Contents
서문│왜 도시공동체를 말하는가? 황희숙
Ⅰ. 근대의 기획과 공동체
모더니티의 재조명
-불확실성의 퇴조와 재현 현상으로 본 근대 황희숙
모더니즘 건축의 승리와 환상-공동체의 부재 전병권
Ⅱ. 이데올로기로서의 근대화와 도시의 모습
라비린스의 교훈-근대 도시이념의 반성 전병권
도무스 복합체-도시 비극의 시작 박한선
번영하는 도시와 영양주의 최경숙
식민지 근대 도시와 시인의 초상 심재휘
Ⅲ. 도시공동체 - 삶과 생활양식의 변화
도시의 두 얼굴-기아와 비만의 영양학 최경숙
도시공동체의 그늘과 ‘도시시’ 심재휘
병든 도시의 냄새-혐오라는 이름의 미아즈마 박한선
인간종중심주의와 자연 지배의 기획
-〈침묵의 봄〉의 경고를 돌아보며 황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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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Author
작자미상,박한선
대진대학교 역사 ·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학위논문 「인식론적 자연주의와 규범의 문제」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 저·역서로는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G. Edelman), 『젊은 과학의 전선』(B. Latour)이 있다.
대진대학교 역사 ·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학위논문 「인식론적 자연주의와 규범의 문제」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표 저·역서로는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G. Edelman), 『젊은 과학의 전선』(B. Latour)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