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GUCCI)는 왜 북한 1호점을 오픈했을까?”
2년 여간 북중 접경 지역에서 밀착 취재한 생생한 경제현장 스토리
2019년 여름, 국제부 기자인 저자는 중국에서 북한 무역상들을 만났다. 그들은 ‘북한이 각종 규제에 발이 묶여 있지만 실상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최근에 사업이 더 바빠졌다며 우쭐대기까지 한 모습을 보였다. 당황하지 않고 자신만만한 모습에 놀란 저자는 북한의 경제상황을 더욱 심도 깊게 취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실제로 2016년부터 시작된 초강도 대북 제재를 4년 가까이 버티고 있는 북한의 경제 현실은 과연 무엇일까? 왜 그들은 여전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국제사회에서 수수께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북중 머니 커넥션』은 이에 대한 진실을 경제적 관점에서 면밀히 추적해 나간다. 결국 저자는 ‘중국’이라는 해답을 찾아냈다. 랴오닝성 단둥, 다롄, 지린성 투먼, 옌지 등을 돌며 대북 사업가들과 북한 무역상, 현지 주민들을 만나 디테일하고도 충격적인 인터뷰들을 성공적으로 끌어내어 보니 결론은 중국이었던 것이다. 2003년 6월 1단계 착공을 시작으로 남북경협의 상징으로까지 알려졌던 개성공단이 2016년 2월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남북 경제 교류가 요원해진 사이, 중국이 자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북한 경제에 깊숙하게 침투했다.
제재 속에서 북한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북한 경제성장률이 2016년 3.9%, 2017년 -3.5%, 2018년 -4.1%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치는 동안에도 북한의 내부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시장 물가와 환율에 큰 변동이 없었고, 유가도 잠시 급등했을 뿐 원래 가격 수준을 유지했다. 2019년에는 경제성장률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유엔 보고서까지 나왔다. 북한이 제재 속에서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궁지에 몰리지 않고 생존의 길을 찾은 것이 분명했다. 북한 뒤에 중국이라는 후원자가 있었던 덕분이다. 중국의 북한 지원 방법은 입체적이었다. 북한 대외 무역의 95.7%를 차지하는 교역국으로서 제재 제외 품목의 수출입을 늘리고, 북한에 100만 중국인 관광객을 보내고, 국경지대의 밀무역을 눈감아주고, 북한 노동력을 편법으로 중국에서 고용하는 등….
게다가 제재 속에서 북중 경제협력은 멈추지 않고 확대되고 있었다. 국경 다리와 북중 통상구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중국 대북사업의 주축이었던 조선족과 북한 화교가 한족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은 차질 없이 북중 경제협력 정책들을 빠르게 추진해 나갔다. 시나리오는 명확해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 경제 장기 독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과 경제적으로 협력해 세계 5위권 국가에 진입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장밋빛 계획은 더 이상 의미 없는 허상으로 다가온다. 한국과 북한의 관계에 악화일로에 접어들수록 때로는 교묘하게, 때로는 대놓고 북한에 접근하는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에게 마지막 남은 성공투자의 나라이자 한민족 공동체인 북한과의 통일 자체가 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가 북한을 안보적 관점,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동안, 북한은 중국의 지원사격을 받으면서 빠르게 내부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고, 경제 개방을 통한 정상국가 도약을 노리고 있다.
통일은 요원하고, 북한 개방은 가까운 미래다. 우리는 요원한 통일만 기다리기보다 북한을 경제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다가올 개방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개방했을 때 어떻게 북한에 투자해야 할지, 북한 경제를 손에 쥐고 흔드는 중국과 어떻게 협력할지 고민해야 한다. 넋 놓고 있다가는 ‘중국의 북한 경제 독점’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ontents
프롤로그 우리만 몰랐던 북한의 진짜 경제현실
1부. 북한은 왜 망하지 않는가
북한의 마르지 않는 돈줄은 중국
피와 살을 상납하는 북한
거래는 막아도 뚫린다
2부. 중국이 판을 키운다
한족이 대북사업 전면에 나선다
북중을 잇는 다리가 늘어난다
중국 지방정부가 나선다
3부. 한국에게 기회는 있는가
통일은 멀고 개방은 가깝다
북한과 거래하는 방법
북중 경협 확대는 한국에도 기회인가
에필로그 ‘쓰려고 했던 것’과 ‘실제로 쓴 것’
설문지
참고문헌
Author
이벌찬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2014년 입사해 사회부, 미래기획부, 국제부 등을 거쳤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모란봉클럽〉에 1년간 전문가 패널로 출연했고, 2021년에는 조선일보 앱과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MZ세대를 위한 토크쇼 ‘23CM’에 참여했다. 저서로는 《세상 친절한 중국상식》과 북중 접경지역 탐사 기록인 《북중 머니 커넥션》 등이 있다.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2014년 입사해 사회부, 미래기획부, 국제부 등을 거쳤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모란봉클럽〉에 1년간 전문가 패널로 출연했고, 2021년에는 조선일보 앱과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MZ세대를 위한 토크쇼 ‘23CM’에 참여했다. 저서로는 《세상 친절한 중국상식》과 북중 접경지역 탐사 기록인 《북중 머니 커넥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