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성지는 종교 또는 성스러움에 대한 관념이 지표상에 각인된 물질적 토대로서, 종교적 경험과 상징, 특정 인물의 순교와 주요 가르침 선포, 종교 조직의 시작 등과 관련 있다. 나아가 특정 국가나 사회의 역사, 문화, 상징 등과 관련된 복합적인 공간이다. 세계적으로 종교 성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주목하고 성지를 보존?활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신종교 성지 역시 종교적 차원을 넘어 한국 근대 시기에 민중들이 창출한 문화유산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정 종교교단의 유산으로만 여기지 않고 그 의미와 가치에 주목한다면 우리는 한국 근대를 대표하는 소중한 문화적 기반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 책은 천도교의 최제우 생가터·울산 여시바윗골, 수운교의 도솔천궁·봉령각, 증산 종단의 대원사·동곡약방, 대종교의 강화 마니산 참성단·황해도 구월산 삼성사 등 한국 신종교와 그 성지를 두루 담아냈다. 이들 성지 대부분은 일상적인 장소와 무관하지 않은데, 이는 일상적인 장소가 특정 종교의 사상을 반영하는 의미화 과정을 통해서 성지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상세계의 건설지를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그 장소를 성지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신종교의 성지들이 갖는 특징과 함께 신종교의 교조들을 이상세계를 건설할 ‘현세 구원자’로서 인식하고 신앙하는 종교적 경향이 성지 관념에 영향을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