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에서 펴내는 이 자료집은 베트남의 독립지사 판보이쩌우(潘佩珠, 1866~1940)의 자전(自傳)이라 할 수 있는 한문 저술 “潘佩珠年表”(베트남 漢?硏究院 소장 필사본)를 영인(影印)한 것이다. 아직까지 판보이쩌우는 한국의 학계나 독서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가 저술한 『월남망국사(越南亡國史)』는 일반 역사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고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편이다. 1905년도에 중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된 『월남망국사』는 동아시아 한문 지식인들이 서구 제국주의의 침략 행위를 명확히 인지하고 결연히 저항에 나서도록 각성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였던 기념비적 저술이다. 『월남망국사』가 이런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판보이쩌우가 온몸으로 프랑스 제국주의에 저항하였던 뜨거운 투쟁의 경험이 짙게 투영되어 있기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월남망국사』의 저자가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로 알려져 있어 매우 유감스러운데, 이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베트남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던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