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의 시대는 끝났을까? 세월호 대책위원회와 무지개 농성단, 어버이연합과 메갈리아는 똑같이 사회운동일까? ‘시민 없는 시민운동’은 ‘대중 없는 사회운동’의 전조일까? 화염병과 최루탄이 오가는 거리의 정치는 기자 회견과 퍼포먼스로 대체되고, 조직된 대중 시위는 광장을 메운 촛불 시민에 자리를 내줬다. 기자나 여론 조사자, 전문가 등 복화술의 달인들은 마리오네트 다루듯 여론을 주무르고, 분노한 대중을 조직해야 할 활동가들은 미디어를 무대로 ‘지면 시위’에 몰두한다. 몫 없는 대중들이 거리를 또다시 불태우기 시작하면, 낯선 이론 끌어대 광장을 예찬하고 미래를 전망하던 점쟁이 지식인들은 당황스럽다. 성난 대중들의 사회운동은 어디에서 오고, 무엇이며, 어디로 갈까.
《사회운동》은 프랑스 렌느 정치대학교 교수 에릭 느뵈(Erik Neveu)가 쓴 《사회운동의 사회학(Sociologie des mouvements sociaux)》(2011년, 5판)을 번역한 책이다. 1996년 초판이 나온 뒤 2011년에 5판이 출간될 만큼 ‘사회운동의 나라’ 프랑스에서 사회운동 연구의 필독서 구실을 하고 있다. 사회 불만과 문화 변화를 표현하고 집단적 연대의 탄생 또는 응집력 높은 집단의 해체를 낳는 사회운동은, 오늘날 사회적 삶의 일반적 경향이자 끊임없이 탈바꿈하는 어떤 현상이라고 느뵈는 말한다. 사회운동 사례가 풍부한 프랑스를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사회운동》은 영미권 사회운동 이론을 꼼꼼히 살핀다. 사회운동의 정의를 알아본 뒤, 집단행동론, 자원동원론, 신사회운동론, 활동가주의, 상징적 상호작용론, 정치적 기회구조론 등 사회운동 이론의 역사적 흐름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노동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등 사회운동의 사례도 여럿 보여주는 미덕이 돋보인다.
Contents
1장 사회운동이란 무엇인가
집단행동의 차원/사회운동의 정치적 구성 요소/비제도화된 전장인가/집단행동 만들기 -레퍼토리와 조직/사회운동들의 영역
2장 분석의 난관들
사회운동을 관계적으로 생각하기/사회학적 문제와 정치적 목적
3장 불만과 계산
‘집단행동’ 이론/호모 에코노미쿠스가 행동에 돌입할 때
4장 자원동원론
올슨의 계보/이론 틀을 사회학적으로 만들기/역사사회학이 한 공헌
5장 ‘새로운’ 사회운동?
‘새로운’의 출처/후기 산업사회의 투쟁/대비되는 결과/새로운 사회운동 안에 존재하는 새로움에 관해
6장 활동가주의와 정체성의 구성
활동가주의 -사회학적 접근/ 활동가주의의 이동?/활동가의 정체성/실천의 경제를 향해
7장 동원과 정치 체계
정치적 기회 구조/갈등의 역동성/사회운동과 공공 정책/인식의 비중/어떤 정치적 준거 공간인가
8장 사회운동의 상징적 구성
‘정치적 연구’의 재발견/문제 제기하고, 이야기하고, 감동시키기/동원에서 미디어는 어디에 있을까/사회운동 분석의 경계 허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