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이 내 뿌리였던가, 헷갈리면서도 이내 잘 찾아가는 죽음의 길임을 짐작한다. 여자의 자궁에 이르러 길을 잃을 것이다. 제대로 무너져보지 않은 몸이 버스에서 내려 몇 걸음 못가 스르르 바지 내려지듯 쓰러져 닿은 길바닥마냥 자궁을 관통하는 화살이 되어 그곳을 상처 주며 만지며 부둥키며 쓰러져야겠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 해를 만난 멜랑콜리여.
글은 삶을 걸으며 무無를 본다,라 보면 좋겠다. 어디를 펴든 무무무무무, 무가 많이 나온다. 나한테 무無는 죽음-비단 실존적 죽음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포함하고 있다-의 단짝인데다 미치도록 삶의 근원이기만 한 듯한 허무한 느낌을 대리하는 단어여서 그것을 어떻게든 긍정의 삶으로 연결시켜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사랑이 궁금한 것.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앞부분에는 먼지와 연결되는 무無와 죽음 혹은 자연과 장소에서 비롯된 글을, 뒷부분에는 이미지 영역에서 ‘먼지’라는 근원 질료로부터 출발한 이미지들이 과연 그림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그렇다면 무엇을 볼 수 있는가? 없는가? 질문하는 작업들과 오브제들을 실었다.
Contents
서문: 나의 시간 사용법
1장: 공기 - 가장 부정확한 사물, 가장 상상할 수 있다
가을 벽
캔버스에 지긋하게 올라앉은 먼지
여름 밤빛
나는 ‘삐끕’
무를 먹다
내가 사는 뜻
무無의 스펙트럼
2장: 물 - 능청스럽게도 자유롭다고 않지
거지 둘
딴짓
철암까지
한 기억
마스크
죽음을 미리 보는 방법
3장: 불 - 습한 땅에 지펴지는 불은 착한 건가요?
죽음의 온도
그래서 사랑
먼지 두 알
무無의 속사정
먼지, 뭐지?
죽음1
아까 창가에 앉힌 작은 꽃
4장: 흙 - 딱 좋은 술래잡기 놀이터
눈깔을 뽑다
마치 죽음처럼
결국 웃음
할래안할래
비非-장소場所
음음
후기: 끝
Art works (2000-2021)
Author
이종미
이화여대, 홍익대,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과 서양화를 공부하였다. 학교 다닐 때부터 궁금한 것은 학교에 없음을 일찍이 알아 독학을 체질화하였다. 그래서인지 홀로 있기가 가능한 시와 명상, 글쓰기, 산책을 번갈아 하는 집순이로 잘 산다. 집은 첫째도 둘째도 자연으로부터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이미지와 언어는 예술의 집이 될 터이다. 그 둘의 이웃함과 근원적 매체 차이에 황홀함을 느낀다. 미술 작업과 글쓰기를 함께 한다. 지금까지 개인전 8회, 단체전 45회를 하였고 올겨울 고양 어울림 미술관에서 9회 개인전 「Did U See That .?」을 연다. 시집으로 『토끼풀 무성하다 토낀 어딨지?』 공저가 있다.
이화여대, 홍익대,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과 서양화를 공부하였다. 학교 다닐 때부터 궁금한 것은 학교에 없음을 일찍이 알아 독학을 체질화하였다. 그래서인지 홀로 있기가 가능한 시와 명상, 글쓰기, 산책을 번갈아 하는 집순이로 잘 산다. 집은 첫째도 둘째도 자연으로부터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이미지와 언어는 예술의 집이 될 터이다. 그 둘의 이웃함과 근원적 매체 차이에 황홀함을 느낀다. 미술 작업과 글쓰기를 함께 한다. 지금까지 개인전 8회, 단체전 45회를 하였고 올겨울 고양 어울림 미술관에서 9회 개인전 「Did U See That .?」을 연다. 시집으로 『토끼풀 무성하다 토낀 어딨지?』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