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는 일연이 전해오는 이야기들을 모아 새롭게 재기술한 것이다. 우리는 『삼국유사』에서 텍스트를 지배하는 두 가지 약호로서의 뮈토스와 로고스를 찾아낼 수 있다. 뮈토스가 『삼국유사』에 실린 이야기들을 줄거리 차원으로 추상화했을 때 드러나는 담론이라면, 로고스는 이러한 뮈토스를 담론적 저자가 기술하는 차원에서 드러나는 담론이다. 따라서 우리는 두 층위의 담론적 주체를 설정할 수 있다. 하나는 이야기 안에 존재하는 주체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이야기를 전승하는 주체이다.
뮈토스는 전승되는 이야기를 말한다. 전승된 이야기는 이른 바 전승력을 갖는다. 그것을 전승하는 사람들은 그 전승력의 지배를 받는다. 전승력은 이야기가 갖는 권위에서 온다. 뮈토스는 그 자체로 어떤 권위를 체현하는 이야기다. 뮈토스가 갖는 힘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그것을 진리로 믿게 했지만, 대신 로고스를 거짓이나 가장된 것으로 보게 했다. 로고스는 여성적인 부드러움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으로 보아 진리보다는 거짓을 말하는데 필요한것으로 본 것이다.
뮈토스가 초월적 힘에 기대어 그 자체의 진리를 주장하는 반면, 로고스는 어떤 계략을 써서 상대방을 설득하려한다. 이는 오늘의 관점과 반대된다. 오늘날 신화가 거짓된 믿음으로 간주되는 반면, 로고스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진리의 언명으로 나타나는 것은 이미 플라톤과 같은 그리스의 철학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후 철학의 역사는 뮈토스에 대한 로고스의 극복이라 할 수 있다.
Contents
책머리에
프롤로그
뮈토스와 로고스 - 삼국유사를 읽는 틀
뮈토스
뮈토스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의 유형과 메시지의 상징적 형상
거시동사와 미시동사의 의미 장에 드러나는 행위의 형상들
- 제의 커뮤니케이션과 그 중첩적 상징성
명사적인 것에 각인된 동사적인 것의 기억들
- 탐과 불상 편의 상징 커뮤니케이션
로고스
로고스의 커뮤니케이션
제왕과 성인, 그 뮈토스와 로고스
- 기이 편의 서문의 담론 분석
시적 로고스와 그 형상
- 찬시의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