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 표류기』라는 이 책의 제목은 마치 모험이나 탐험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의 장르는 굳이 분류하자면 일종의 문화인류학 보고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나라에 표류되어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였던 이 책의 저자 헨드릭 하멜은 조선을 탈출한 후, 그동안의 경위와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자신이 소속된 회사에 보고서로 제출했다. 조선에 억류되었던 13년간 밀린 임금을 회사에 청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의 유럽은 흔히 ‘대항해 시대’라고 불리는 식민지 개척 시대였다. 특히 네덜란드는 세계를 항해하는 선박의 대부분을 생산하며, 미지의 땅들을 점령함으로써 가장 큰 패권을 키워가던 나라였다. 그들에게는 새로이 발견한 땅에 대한 정보가 곧 부를 얻는 힘이었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낯선 문물을 접한 유럽 사람들은 동양에 대한 환상에 부풀어 있었고, 하멜의 보고서가 알 수 없는 경로로 유출되면서 『하멜 표류기』는 유럽 전역으로 팔려 나가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조선은 일본에 의해 문호를 강제로 개방하기 전까지 쇄국 정책을 고수했지만, 이미 조선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나라였던 셈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서 『하멜 표류기』는 국내 사료와 많은 부분 일치함으로써 이미 그 신뢰성을 인정받은 최초의 ‘조선 보고서’이다. 또한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인 흥미 본위의 책이 아니었기에 단순한 기술 방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빙성이 높게 평가되며 한국학 연구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하멜 표류기』에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적폐와 폐단을 서술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평범한 회계원이었던 한 서양인이 쓴, 악의적으로 왜곡시키거나 미화시키지 않은 담담한 서술은 우리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직시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스스로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350여 년이 지났음에도 조선 후기 사람들이 가졌던 감성과 욕망이 지금 우리와 맞닿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또한 세계사라는 큰 틀 안에서 이제껏 익숙하게 여겨 온 우리 역사와 문화를 낯설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Contents
하멜 일지
1654|1655|1656|1657|1658|1659|1660|1662|1663|1664|1665|1666|나가사키 수장의 심문
조선 왕국에 대한 기술
이후 상황
작가와 다른 판본에 대하여
주석|옮긴이의 말
Author
헨드릭 하멜,최지현
1630년 네덜란드 호린험에서 태어나 1950년에 동인도연합회사(VOC) 소속 선박의 포수로 첫 승선한 후 빠르게 승진해 서기와 보좌관에 이어 선박의 항해 유지와 재정을 맡는 회계원이 되었다. 1653년 스페르베르호에 회계원으로 승선해 바타비아(현재의 자카르타)를 떠나 일본의 나가사키로 가던 중 폭풍우로 인해 제주도에 표착했다. 1654년에 서울로 송환되었다가 1656년 전라병영으로 이송되어 10년간 억류되어 살던 중, 1666년 일곱 명의 동료들과 일본으로 탈출했다. 하멜은 조선에 억류되었던 13년간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보고서를 VOC에 제출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하멜 표류기』로 알려지게 되었다. 1692년에 고국 네덜란드에서 생을 마감했다.
1630년 네덜란드 호린험에서 태어나 1950년에 동인도연합회사(VOC) 소속 선박의 포수로 첫 승선한 후 빠르게 승진해 서기와 보좌관에 이어 선박의 항해 유지와 재정을 맡는 회계원이 되었다. 1653년 스페르베르호에 회계원으로 승선해 바타비아(현재의 자카르타)를 떠나 일본의 나가사키로 가던 중 폭풍우로 인해 제주도에 표착했다. 1654년에 서울로 송환되었다가 1656년 전라병영으로 이송되어 10년간 억류되어 살던 중, 1666년 일곱 명의 동료들과 일본으로 탈출했다. 하멜은 조선에 억류되었던 13년간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해 보고서를 VOC에 제출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하멜 표류기』로 알려지게 되었다. 1692년에 고국 네덜란드에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