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왜, 어떻게 생겨났을까. 《정치는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의 저자 요시다 도오루는 영화 [스타트렉]이야말로 그 질문에 충실히 답해 주는 작품이라고 본다. [스타트렉]에서 인상적인 등장인물이 스팍 박사와 커크 선장이다. 스팍 박사는 이지적이고 합리적인 반면, 엔터프라이즈호 총책임자인 커크 선장은 오히려 직감과 정에 따라 행동하는 열혈한이다. 우리가 익히 배워 온 바에 따르면 이지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의 판단이 늘 옳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엔터프라이즈호가 어떤 수수께끼 같은 생명체에 납치될 뻔한 에피소드를 보더라도 그렇다. 이때 스팍은 “수수께끼 생명체의 해악을 판단할 만큼의 정보가 아직 없어 의견을 말할 수 없다”며 머뭇거린다. 하지만 그 생명체가 무엇인지를 완전히 알 때까지 기다린다면, 엔터프라이즈호는 파괴될지도 모른다. 이런 최악의 결과를 피하려면, 합리성을 전제로 한 판단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이 에피소드에서 엔터프라이즈호는 그 생명체의 약점을 직감적으로 파악한 커크 선장의 재치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공동체가 위기에 처할 경우, 유한한 조건 아래서 공동체 구성원의 안전을 도모하고 다른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이 스팍 박사 혼자였다면 문제는 없었을지 모른다. 판단의 결과는 스팍 혼자만 책임지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백 명이 탄 우주선 안에서는 온갖 정보가 난무하고, 각각의 주장이나 의견이 충돌하며, 그 과정에서 질투나 원한도 생겨난다. 이런 공간을 스팍처럼 합리적인 의견만으로는 다스릴 수 없다. 한정된 시간 안에 승무원의 감정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설득이나 회유 같은 수단을 통해 함선 내의 조화를 꾀해야 한다. 요시다 도오루는 바로 이것이 정치라고 말한다.
Contents
서론
1장 정치의 조건
2장 되기 : 사람은 어떻게 정치와 관련을 맺는가
3장 사이 : 관계성의 정치로 신자유주의의 정치를 대체하기
4장 무리 : 무리 지어 행동한다는 것
5장 공포 : 공포는 어디에서 오는가
6장 믿음 : 정치에서 신뢰는 왜 필요해지는가
저자 후기
옮긴이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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