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영양실조, 식량 배급, 군인, 전쟁, 38선, 천안함과 연평도 폭격, 권력 세습 등 ‘북한’으로 시작되는 문장을 들으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있다. 조금 다른 모습을 떠올릴 수는 없을까? 남한 드라마에 열광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나, 새로 산 옷을 은근히 자랑하며 우아하게 일본에서 수입한 커피를 마시는 북한 여성, 자녀의 교육을 위해 탈북한 북한 관료의 근심어린 얼굴과 같은 것을 말이다. 이 책은 미디어의 렌즈만 좇을 때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북한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담고 있다. 특히, 북한의 시장에 주목한 글들은 매우 흥미롭다. 북한 정권이 강력하게 금지, 단속하는 시장이 아래로부터 탄생한 것을 북한의 주요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일상생활’이라는 화두로 엮인 글들이지만, 결코 일상생활에 대한 하나의 일관된 해석적 관점을 공유하지 않는다. 만약 이 책에서 일상생활연구에 대한 일관된 하나의 해석틀의 제시를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아마도 일관된 ‘무엇’을 벗어날 때 일상생활연구는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오히려 필자들이 연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 체험적 진실인지 모른다. 따라서 이 책의 장점은 일상생활이란 화두 속에서 다양한 색채와 질감의 북한사회를 보여주고 있는 점일 것이다.
Contents
프롤로그
제1부 일상의 구조와 의식의 흐름
제1장 북한연구에서 일상생활연구방법의 가능성과 과제 · 고유환
제2장 의식의 변화 그리고 ‘소란과 행위’ · 정영철
제3장 일상의 저항과 북한체제의 변화 · 조정아
제2부 일상의 정치와 노동의 사회적 드라마
제1장 일상생활의 생산: 전후 북한의 전체주의와 일상 · 김지형
제2장 북한의 인구정치와 식량체제: 인구학적 변화 속의 주민 일상 · 홍민
제3장 북한의 시장화와 노동일상 · 박영자
제4장 북한영화 속에 비친 경제문제: 2000년 이후를 중심으로 · 전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