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년을 맞는 작가들의 문학적 업적과 생애를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정리하여 우리 문학의 진로를 모색한다
1921년에 태어나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학인들은 김수영, 김종삼, 조병화, 장용학, 류주현, 이병주, 김광식 등이다. 전후 1950년에서 1960년대에 걸쳐 있는 이들의 문학은 전쟁과 분단, 민족 문제, 시민사회 건설, 자본주의적 근대화 등에 대한 탐구로 나타났다. 전쟁은 한순간에 삶의 뿌리를 빼앗아 정신적 아노미 상태를 만들었고, 그에 따라 작가들은 대상과 주체, 사회와 개인을 조망할 언어를 상실했다. 1960년대 문학은 이 즉자적 체험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데서 출발했다. 전쟁이 끝난 지 10여 년이 경과하면서 개인적 상처에서 벗어나 전쟁을 객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4·19혁명은 자유의식의 고취와 시민사회 형성의 제반 여건을 마련해 과거를 회상하고 성찰토록 했다.
그 성찰은 크게 두 방향에서 이루어지는데, 하나는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성찰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내면의 성찰이다. 김광식, 조병화, 류주현, 이병주가 전자를 대표한다면, 김수영과 김종삼은 후자를 대변한다. 김광식은 학병을 피해 도망했던 시절을 돌아보고 전쟁이 끝난 이후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야기된 현실의 소외와 무력감에 주목했고, 조병화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고독과 소외의 문제를 다루었다. 류주현은 일제 치하에서의 삶을 돌아보고 총독 통치의 전 과정을 실록처럼 기록했고, 이병주는 한일협정을 지켜보면서 의식 저편에 숨어 있던 일본 유학과 학병 복무 시절의 기억을 소환해 성찰했다. 이러한 성찰과 증언을 통해서 1921년생 작가들은 감정 과잉과 추상의 세계에서 벗어나 구체적 현실에 착목하는 큰 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이 뿌린 씨는 이후 현실과 교섭·응전하는 주체를 만들고 우리 문학을 리얼리즘의 큰길로 이끌었다.
─ 「총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