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민에 발목 잡혀 제자리를 맴도는 삶.
진정한 행복은 우리가 긴 시간 외면해왔던 복잡하고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 속에 있다.
“왜 무기력해질까?”, “왜 새로운 시작은 어려울까?”,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질까?”.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고민이다. 하지만 이런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시대 많은 이들은 일상의 고민에 대해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답변을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취업이 고민인 이가 자기계발서나 유튜브 영상에서 ‘생생하게 꿈꾸며 노력하라!’는 답변을 찾았다고 해보자. 그는 자신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답변은 잠시의 위안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를 더 공허하고 허망한 느낌에 빠져들게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유는 간명하다. 겉보기에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고민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네 일상의 고민에는 사실 복잡하고 어렵고 무거운 문제들이 뒤엉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이 무엇이든 그것을 진정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어렵고 무거운 문제까지 기꺼이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우리는 같은 고민에 발목 잡혀 늘 제자리를 맴도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다 마주친 철학』은 우리의 일상적 질문에 철학자가 답을 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봤지만 한 번도 답하지 못했던 고민에 대해, 탈레스부터 소크라테스, 플라톤, 더 나아가 아우구스티누스와 오컴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탁월했던 고대, 중세 철학자 17명이 자신만의 답을 이야기해준다. “왜 새로운 시작은 어려울까요?”라는 고민에 고대철학자 루크레티우스는 “기울어져 빗나가는 것(클리나멘)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 답한다. “반복되는 삶이 지겨운가요?”라는 고민에 종교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반복은 지루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다.”라고 답한다. 처음에는 이런 철학자들의 답이 난해하고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사유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일상의 고민 속에 복잡하게 엉켜 있는 문제들을 명료하게 볼 수 있는 생각의 틀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당대 최고의 지성들의 사유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고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저자는 철학의 궁극적인 쓸모는 일상의 고민에 ‘스스로’ 답하는 것이라 말한다.
진정한 행복은 단순하고 쉽고 가벼운 것에 있지 않다. 진정한 행복은 우리가 긴 시간 외면해왔던, 복잡하고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 속에 숨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조금 고되고 불편하더라도, 복잡하고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들을 피하지 말고 직면하며 살아가야 할 이유다. 그러니 이제는 철학을 만나볼 시간이다. 어쩌다 마주친 이 책이, 아니, ‘어쩌다 마주친 철학’이 모든 것을 바꿀 작은 빗나감이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Contents
머리말
프롤로그
1. 철학은 돈 버는 데 도움이 되나요? _탈레스의 ‘형이상학’
2. 나와 다른 것은 왜 불편할까요? _헤라클레이토스의 ‘변화’
3. 왜 쉽게 위축되거나 오만해질까요? _소크라테스의 ‘성찰’
4. 강박적인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_플라톤의 ‘이데아’
5. 왜 무기력해질까요? _플라톤의 ‘원인론’
6. 어떻게 당당해질 수 있을까요? _디오게네스의 ‘시니시즘’
7.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_아리스토텔레스의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
8. 어떻게 타인과 함께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_아리스토텔레스의 ‘폴리스’
9.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질까요? _스토아학파의 ‘아파테이아’
10. 피해의식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_에피쿠로스의 ‘아타락시아’
11. 왜 새로운 시작은 어려울까요? _루크레티우스의 ‘클리나멘’
12.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궁금한가요? _아우구스티누스의 ‘과거, 현재, 미래’
13.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요? _안셀무스의 ‘믿음’
14. 일하지 않고 돈 벌고 싶은가요? _토마스 아퀴나스의 ‘실재론’
15. 변덕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_둔스 스코투스의 ‘헥시어티’
16. 어떻게 단순하게 살 수 있을까요? _오컴의 ‘오컴의 면도날’
17. 반복되는 삶이 지겨운가요? _키르케고르의 ‘반복’
에필로그
Author
황진규
“앎과 삶을 연결할 수 없다면 철학은 필요 없다.”
철학을 공부하며, 글을 쓰고, 수업을 하며 산다. 앎과 삶을 연결하려는 인문공동체, ‘철학흥신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철학과 삶에 대한 주제로 몇 권의 책을 썼고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스피노자의 생활철학』(2020년), 『가드를 올리고 도망치지 말 것』(2019년), 『한입 매일 철학』(2018년), 『철학보다 연애』(2017년), 『고통 말고 보통』(2016년), 『처음 철학하는 사람을 위한 아는 척 매뉴얼』(2016년), 『소심 타파』(2015년) 등의 저서가 있다.
“앎과 삶을 연결할 수 없다면 철학은 필요 없다.”
철학을 공부하며, 글을 쓰고, 수업을 하며 산다. 앎과 삶을 연결하려는 인문공동체, ‘철학흥신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철학과 삶에 대한 주제로 몇 권의 책을 썼고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스피노자의 생활철학』(2020년), 『가드를 올리고 도망치지 말 것』(2019년), 『한입 매일 철학』(2018년), 『철학보다 연애』(2017년), 『고통 말고 보통』(2016년), 『처음 철학하는 사람을 위한 아는 척 매뉴얼』(2016년), 『소심 타파』(2015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