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악의 번영』에서 세계사 속 경제 작동원리를 간결하게 분석해 경제가 인류 문명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한눈에 조망한 프랑스의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이 이번에는 자본주의의 적자이자 시장경제의 우등생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에 주목했다. 이 책은 합리적 이성 일변도의 승자독식 경쟁체제를 떠받드는 인간 유형인 호모 이코노미쿠스에 대한 비판적 에세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자본주의적 인간형이다.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한 이 인간 유형의 적절한 예로 저자는 로빈슨 크루소를 꼽는다. 황량한 무인도에서 생존을 위해 매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재배한 작물을 다 소비하지 않고 축적해두는 로빈슨 크루소는 이해타산이 몸에 배어 있고 물질적 풍요를 욕망하는 현대인의 생활양식을 앞서 실천한 전범으로 널리 회자된다. 로빈슨 크루소형 인간은 자기관리에 철저하며 회사의 이윤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와 사상적 궤를 같이하는 저자는 중국이 서양식 세계로 진입하려 하는 지금이야말로 개인의 행복과 사회 발전 사이의 근본적인 상관성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인간의 다양한 본성 가운데 경쟁과 합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과연 후기산업사회라는 새로운 시대에 행복한 성장을 이룰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디지털경제와 유전학의 발전, 그로 인한 근대화 이후의 세상은 새로운 정신을 필요로 할 터. 저자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욕망이 배제해버린 호모 에티쿠스의 도덕성과 호모 엠파티쿠스의 연대 의식 같은 가치의 복원을 제언한다.
저자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인에게 여러 가능성이 열린 공간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다니엘 코엔이 이 책에서 시도하는 것은 합리성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필요 이상의 이윤을 추구하는 냉정한 인간 유형에 인간적 온기와 소홀히 한 행복의 가능성을 심어주는 사유와 통찰이다. 서양식 자본주의 모델이 그 한계를 노정하기 시작한 지금은 시기적으로도 이러한 반성에 적당하다. 사회가 개인을 돕는 제도를 마련하고 서로가 상호 협력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는 것. 행복한 삶은 여기에서 시작될 것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Contents
서론
1장 국가행복지수
잃어버린 시간 / 이혼과 노후 / 불행을 자처하는 사람들 / 인류학의 괴물 / 10가지 조언
2장 노동, 사라지고 있는 가치
스트레스에 의한 경영 / 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 / 불평등의 새로운 세대 / 하이퍼 계급
3장 제국의 쇠퇴
뒤늦은 고대 문명 / 서양 제국의 몰락 / 서양이 기독교 국가가 된 사연 / 우리는 로마인인가? / 미국 시민 정신의 침체 / 미국의 이례적인 모습
4장 세계의 탈중심화
뉴욕에서 상하이까지 / 빈곤에 대한 재검토 / 출발이 잘못된 아시아 / 중국에 대하여 / 굿바이 레닌 /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 호모 폴리티쿠스
5장 서양의 대위기
침울한 세계화 / 위기에 빠진 유럽 / 탈산업화 / 세계적 규모의 감금 상태
6장 다윈의 악몽
호모 뉴메리쿠스 / 다윈과 경제학자들 / 이기적인 유전자 / 유전되는 육체
7장 포스트모더니즘의 조건
모더니즘에 불을 붙여라! / 후기물질주의 사회란? / 마르크스의 영향력 / 웰빙을 위한 지출 / 행복으로의 회귀
결론
옮긴이의 말
Author
다니엘 코엔,박상은
오늘날 프랑스 지성을 대표하는 학자.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파리1대학, 파리경제대학, 파리고등사범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양한 저서를 통해 경제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 바람직한 경제 정책에 대한 사회적 발언도 활발히 하고 있다. 경제학자로서 개발도상국 경제에 중심 관심을 두고 특히 개발도상국의 부채 및 성장 문제에 관해 많은 연구를 수행해왔다. 시장방임주의적 담론에 비판적이며 스스로를 실용적 경제학자로 규정하는 코엔은 프랑스 정부와 국제기구의 정책 수립에도 적극 관여해왔다. 『악의 번영』은 2009년 초 출간되어 프랑스 아마존 종합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프랑스 총리 지원 기관인 경제분석위원회 위원과 OECD 개발센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르몽드』 편집위원이다. 대표적인 저서로 『화폐, 부, 부채』 『세계화와 그 적들』 『악의 번영』 『호모 이코노미쿠스』 『출구 없는 세계』 등이 있다.
오늘날 프랑스 지성을 대표하는 학자.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파리1대학, 파리경제대학, 파리고등사범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양한 저서를 통해 경제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고 바람직한 경제 정책에 대한 사회적 발언도 활발히 하고 있다. 경제학자로서 개발도상국 경제에 중심 관심을 두고 특히 개발도상국의 부채 및 성장 문제에 관해 많은 연구를 수행해왔다. 시장방임주의적 담론에 비판적이며 스스로를 실용적 경제학자로 규정하는 코엔은 프랑스 정부와 국제기구의 정책 수립에도 적극 관여해왔다. 『악의 번영』은 2009년 초 출간되어 프랑스 아마존 종합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프랑스 총리 지원 기관인 경제분석위원회 위원과 OECD 개발센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르몽드』 편집위원이다. 대표적인 저서로 『화폐, 부, 부채』 『세계화와 그 적들』 『악의 번영』 『호모 이코노미쿠스』 『출구 없는 세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