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천 년 전인 1103년, 진양은 40여 년에 걸쳐 쓴 <악서(樂書)>를 송나라 휘종에게 바친다. 200권에 이르는 방대한 걸작으로 권1에서 권95까지는 <예기>.<주례>.<의례>.<시경>.<상서>.<춘추>.<주역>.<효경>.<논어>.<맹자> 등의 경전에서 악(樂)과 관련된 내용을 뽑아 풀이한 훈의(訓義)이고, 권96에서 권200까지는 악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사항을 서술한 악도론(樂圖論)이다. 악도론에서 권96에서 권108까지는 12율.5성.8음(八音)과 같은 음악이론을 서술하였고, 권109에서 권188까지는 아부(雅部).호부(胡部).속부(俗部)로 나누어서 악기.노래.춤.잡악(雜樂)을 그림과 함께 상세히 설명해놓았으며, 권189에서 권200까지는 오례(五禮)를 서술하였다.
따라서 <악서>는 동양의 음악사상 뿐 아니라, 한족(漢族)과 중국 주변 민족의 악가무 전반에 대한 정보 및 예악 제도 등을 고찰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한국음악사와 관련된 것을 예로 들자면, <악서> 권158 호부의 가(歌) 항목에는 예맥.마한.부여.신라.백제.고려 등의 항목이 있어, 고대 한민족(韓民族) 음악의 편린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선 세종대(1418∼1450)에 아악을 정비할 때 <주례>.<율려신서> 등과 더불어 <악서>를 많이 참조했으므로, 조선 전기의 아악을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또한 사상 면에서는 유가철학과 노장철학을 융합하여 설명한 점이 돋보인다.